'자율주행을 무슨 수로 막나'…택시업계 돌변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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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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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인난과 인건비 압박으로 벼랑 끝에 몰린 법인택시 업계가 로보택시(자율주행 택시) 생태계에 뛰어들고 있다. 자율주행을 막아서는 것만으로는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고 보고, 택시 면허와 운송망을 앞세워 운영권을 선점하려는 행보다. 글로벌 로보택시 기업이 앞다퉈 한국 시장 문을 두드리는 사이 택시업계가 미래 운송시장의 주도권까지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택시조합·티머니 손잡아

티머니의 모빌리티 자회사 티머니모빌리티와 서울택시운송사업조합은 ‘자율주행 택시 및 통합 플랫폼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1일 밝혔다. 티머니가 쥔 교통 데이터·결제 인프라와 서울택시운송사업조합이 보유한 법인택시 면허·운영망을 묶어 로보택시 상용화의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게 주요 골자다.

서울택시운송사업조합은 약 2만2500대에 달하는 서울 법인택시 면허를 대표하는 사업자 단체다. 조합이 노리는 건 로보택시 시대의 ‘운송 운영권’이다. 법인택시가 보유한 면허와 차고지, 정비망, 충전 거점, 차량 관리 경험을 새 운송 체계의 필수 인프라로 인정받겠다는 계산이다. 티머니가 앱과 결제망을 통해 승객과 요금을 연결하면 조합은 차량을 어디에 세우고, 어떻게 관리하며, 사고가 났을 때 누가 대응할지에 관한 현장 운영망을 제공하며 협력하는 방식이다.

'자율주행을 무슨 수로 막나'…택시업계 결국 백기 들었다

로보택시에 강한 거부감을 보여온 택시업계가 상용화 준비로 태세를 전환한 건 붕괴 직전인 법인택시 시장 상황 때문이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전국 법인 택시기사는 2010년 13만1294명에서 올 4월 말 7만2395명으로 절반 가까이(44.9%) 감소했다. 이렇다 보니 차량과 면허를 보유하고도 기사를 구하지 못해 차를 세워두고 있다. 서울 법인택시 가동률(회사 보유 차량 대비 영업 차량 비율)은 2019년 50.4%에서 2024년 34%로 떨어진 뒤 올 들어서도 30%대에 머물고 있다.

서울택시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자율주행 흐름을 택시업계가 거역할 수 있는 단계는 지났다”며 “택시 면허와 인프라를 자율주행 시대의 운영 기반으로 전환하는 게 현실적인 해법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규제가 지킨 국내시장

국내 로보택시 시장은 아직 극초기 단계다. 서울 강남 일대에서 유료로 운행 중인 자율주행 택시는 7대다. 2024년 9월 첫 운행 이후 올해 2월 말까지 누적 탑승 건수가 7754건에 불과하다. 운행 시간도 평일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5시까지로 심야에만 가능하다. 반면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 산하 웨이모는 미국 주요 도시에서 주당 40만 건 이상 운행 중이고, 중국 바이두 아폴로고는 지난 4월 기준 누적 탑승 건수가 2200만 건을 넘어섰다.

글로벌 로보택시 기업은 이 같은 운행 데이터와 경험을 무기로 최근 한국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바이두 경영진은 올초 “서울 수도권을 시작으로 아시아 내 입지를 확대하겠다”며 한국 진출을 공식화했고, 웨이모도 최근 국내에서 자율주행 시범운행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촘촘한 국내 모빌리티 규제는 역설적으로 토종 연합군에 ‘골든타임’을 벌어주고 있다. 유상 운송을 하려면 시범운행지구 허가는 물론 택시총량제, 운송사업 면허, 국토교통부의 안전관리 체계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기술력만 앞세운 해외 빅테크가 섣불리 직진출하기 어려운 구조다.

개인택시업계의 반발도 있다. 가동률 하락에 시달리는 법인택시와 달리 1억원 안팎에 거래되는 면허가 개인 사업권이자 주요 자산으로 인식되는 개인택시업계는 로보택시를 ‘공급 과잉’과 ‘면허 가치 훼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번 두 조직의 협력은 이런 부분에서 변화를 예고한다. 특히 국내 규제에 강한 토종 회사에 더 큰 기회로 작용하는 요인이다. 모빌리티업계 관계자는 “법인택시와 플랫폼의 연합은 자율주행 파도에 밀려나지 않기 위한 필연적 생존 전략”이라고 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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