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보며 웃었더니 … 세상이 달리 보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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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보며 웃었더니 … 세상이 달리 보이네

입력 : 2026.04.23 17:45

맥스 시덴토프 국내 첫 개인전
과장된 장면과 엉뚱한 유머로
현실 풍자, 일상을 낯설게 그려
관객 참여 유도 작품들도 눈길

맥스 시덴토프의 '시대정신'. 그라운드시소

맥스 시덴토프의 '시대정신'. 그라운드시소

속옷 차림의 작가 맥스 시덴토프를 본뜬 대형 조각이 전시장 중앙에 모델 포즈로 서 있다. 3m 높이의 극사실주의 조각상은 피부 질감부터 미세한 털 한 가닥까지 섬세하게 구현됐다. 조각상을 둘러싼 이젤 앞에서 관람객들은 작가의 초상화를 직접 그린다. 화가와 관람객 위치가 뒤바뀌는 순간이다.

서울 중구 그라운드시소 센트럴에서 현대미술 작가 맥스 시덴토프의 국내 첫 개인전 'Seriously NOT Serious(진지하지만 진지하지 않게)'가 열리고 있다. 전시명처럼 그의 작품은 웃음을 주면서 현실을 되짚게 한다. 조각, 영상, 사진, 설치 등 장르를 넘나드는 작품으로 작가는 유머를 통해 삶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눈에 띄는 점은 자기 자신을 소재로 한 작품이 많다는 것이다. '이런저런 자화상들'에서 작가는 사진 속에서 우스꽝스러운 포즈를 취한다. 이를 통해"너무 진지하지만 말고 스스로를 망가뜨리는 것도 두려워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사진작가 친구 50여 명과의 협업 작품도 선보인다. 시덴토프가 간단한 스케치나 짧은 설명으로 아이디어를 전달하면, 50명 이상의 사진가가 각자의 방식으로 이를 구현했다. '똑같게, 똑같게, 하지만 다르게'라는 제목의 이 연작은 같은 아이디어라도 작가의 해석과 관점에 따라 전혀 다른 표현이 탄생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담은 그림을 사진으로 구현한 정연두 작가의 '원더랜드' 연작이 떠오른다.

사회 현상을 풍자한 작품도 눈길을 끈다. '시대정신'은 붉은 페인트를 칠하다 스스로 구석에 몰린 노인의 모습을 극사실적인 조각으로 묘사한다. 자신이 만든 문제로 벼랑 끝에 내몰린 형상은 정치, 기후 위기 등 다양한 사회적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관객이 참여해 완성하는 작품도 있다. 작가는 생후 얼마 되지 않은 아기의 첫 사진을 8만조각 퍼즐로 만들었다. 관람객들의 손을 거쳐 퍼즐이 맞춰지며 아이의 얼굴이 조금씩 완성된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작품은 관계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한다.

작가는 예술의 상업성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 구찌, 나이키 등 브랜드와 협업한 광고 사진과 블랙핑크 멤버 제니가 모델로 참여한 장 폴 고티에 대형 광고 사진도 전시된다.

점토에 흰색 페인트를 칠해 달걀 모양으로 빚은 조각 1003점을 선보이는 '선천적 vs 후천적'도 마찬가지다. 각 달걀에는 '승자' '패자' '시인' '불량배' '허세꾼' '비평가' '알코올 중독자' '노숙자' 등 글씨가 쓰여 있다. 아직 깨지지 않은 달걀에 미래 생명의 운명을 미리 정해 놓은 이 작업은 선천성과 후천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작가는 이 달걀 조각을 에디션으로 제작해 판매 중이다.

시덴토프의 작품은 유머를 기반으로 하지만 가볍게 끝나지 않는다. 익숙한 장면을 낯설게 만들고,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흔든다. 그 안에서 인간과 세계의 본질을 포착한다. 전시는 오는 8월 30일까지.

[정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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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그라운드시소 센트럴에서 현대미술 작가 맥스 시덴토프의 국내 첫 개인전 'Seriously NOT Serious'가 열리고 있으며, 작품들은 유머를 통해 삶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작가는 자신을 소재로 한 자화상 및 사회 현상을 풍자한 작품을 선보이며, 관객들이 참여해 완성하는 퍼즐 작품도 설치하여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전시는 오는 8월 30일까지 진행되며,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관람객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깊은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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