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윌리엄 쿠에바스는
KT 위즈 윌리엄 쿠에바스(35)는 장수 외국인투수다. 2019년 KT와 처음 인연을 맺었는데, 6년이 지난 올해도 경쟁력은 여전하다.
올 시즌 출발도 나쁘지 않았다. ‘2025 신한 SOL 뱅크 KBO리그’ 개막 후 5경기에서 4차례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실점 이하 투구)를 작성했다. ERA가 3.52로 압도적이진 않았지만 핵심 선발투수로 충분히 제 몫을 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승운이 따르지 않아 1승에 그쳤을 뿐이었다.
그러나 23일 수원 SSG 랜더스전에선 달랐다. 4이닝 동안 12안타 3홈런 1볼넷 10실점을 기록해 그야말로 만신창이가 됐다. ERA는 5.71로 폭등했다. 자신이 원하는 구종을 고집하다가 안타를 허용하는 패턴이 반복된 탓에 이강철 KT 감독도 큰 아쉬움을 드러냈다.
29일 잠실 두산 베어스와 원정경기에선 직전 등판과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만 했다. 이 감독은 경기에 앞서 “(쿠에바스가) 전력분석팀과 잘 이야기했다고 하니 좋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6일 전의 아픔은 모두 잊은 듯했다. 그의 회복탄력성은 남달랐다. 쿠에바스는 6이닝 동안 96구를 던지며 2안타 3사사구 7탈삼진 무실점의 호투로 팀의 3-2 승리를 이끌고 시즌 2승(1패)째를 따냈다. 최고구속 149㎞의 직구(24개)와 체인지업(21개), 싱커(20개), 커브(17개), 커터(14개) 등 다양한 구종으로 두산 타선을 봉쇄했다. 특정 구종에 치우치지 않는 황금분할로 노림수를 빼앗은 전략도 적중했다.
출발은 불안했다. 1회말 선두타자 정수빈에게 안타, 제이크 케이브에게 볼넷을 허용해 무사 1·2루 실점 위기를 맞았다. 좋지 않은 흐름이 이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양의지를 우익수 뜬공, 김재환을 삼진 처리하며 안정을 찾았다. 김인태에게 볼넷을 허용했지만 양석환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이날 처음이자 마지막 고비를 넘겼다.
이후의 투구 내용은 흠 잡을 데가 없을 정도로 깔끔했다. 2회와 3회는 모두 3자범퇴로 마무리했다. 4회와 5회에는 각각 볼넷(김재환)과 안타(박준영)로 주자를 내보냈지만, 모두 1루에 묶었다. 6회말에는 케이브(삼진)~양의지(좌익수 뜬공)~김재환(중견수 뜬공)을 3자범퇴로 요리하며 임무를 완수했다. KT 타선은 2회초 천성호의 우익선상 2루타와 문상철의 중전적시타로 2점을 뽑아 쿠에바스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7회부터 배턴을 넘겨받은 KT의 계투진은 팀과 쿠에바스의 승리를 지켰다. 원상현(1이닝 무4사구 2탈삼진)과 손동현(1이닝 1안타 무4사구 1탈삼진)이 7~8회를 실점 없이 막았다. 클로저 박영현은 1이닝 3안타 2실점으로 흔들렸지만, 동점을 허용하지 않고 경기를 마무리했다. 애타게 그라운드를 응시한 쿠에바스도 비로소 웃을 수 있었다.
잠실|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