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시위 한달…'출구'가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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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2-1 게이트 앞에 6·3 지방선거 관련 국제 수사를 촉구하는 팻말과 성조기가 걸려 있다.  진영기 기자

5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2-1 게이트 앞에 6·3 지방선거 관련 국제 수사를 촉구하는 팻말과 성조기가 걸려 있다. 진영기 기자

서울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가 한 달째를 맞은 5일 올림픽공원 입구에는 시위대의 숙식을 위한 모기장과 돗자리, 천막 등 가림막 20여 개가 줄지어 설치돼 있었다. 시위 참가자들이 소나기와 따가운 햇볕에 대비해 성조기와 태극기 무늬 우산을 쓴 모습도 보였다. 장기간 실외 생활을 한 듯 팔이 까맣게 그을린 시위 참가자 A씨는 “속옷을 챙기러 집에 잠시 다녀온 것을 제외하면 한 번도 자리를 비우지 않았다”며 “장마가 오고 무더워져도 계속 버틸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 대상 150명 넘어

국회의 현장 조사와 경찰의 엄정 대응 기조에도 한 달째 이어진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가 좀처럼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제 수사’를 촉구하는 이들의 농성이 이어지면서 봉쇄 해제는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인근 공연장을 찾는 관람객과 공원을 통행하는 시민들의 불편은 장기화하고 있다.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잠실 개표소와 관련한 수사 대상자는 150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29일(139명)과 비교하면 사흘 만에 10명 넘게 늘어났다. 시위 참가자 간 폭행 등 사건이 하루 1~2건 발생하면서 수사 대상자도 하루평균 3~5명씩 증가하는 추세다.

수사 과정에서 구속되는 시위 참가자도 늘고 있다. 60대 남성 B씨는 잠실 개표소 진입을 막는 과정에서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로 전날 구속됐다. 그는 지난 2일 오후 1시10분께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의 현장 진입을 막던 시위 참가자를 경찰이 떼어내는 과정에서 경찰관을 밀치고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잠실 개표소 시위와 관련한 구속 사례는 지난달 23일 경찰관에게 욕설을 하고 침을 뱉은 혐의로 구속된 40대 여성에 이어 두 번째다.

시위 양상도 초기와 비교해 강경한 기조로 바뀌고 있다. 현장에서는 중립적인 구호인 ‘재선거’보다 ‘부정선거’를 외치는 사례가 주를 이뤘고 곳곳에 성조기와 함께 ‘국제 수사’ ‘한·미 공조수사’ 등 외국 개입을 촉구하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과 피켓이 내걸려 있었다.

◇경찰, 주최자 없어 대응 ‘고심’

국회 국조특위의 현장 조사에 이어 경찰의 엄정 대응이 이어지고 있어도 봉쇄 해제 시점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특위는 2일 개표소에 들어가 보관된 증거품을 확인했지만 투표함은 반출하지 못하고 일정을 마무리했다.

공연장과 체육시설을 이용하려는 방문객은 우회 동선을 이용하거나 시위대를 피해 이동하고 있다. 올림픽공원 자전거 대여소는 지난주부터 운영 종료 시각을 기존 오후 7시에서 오후 1시로 단축했다. 자전거 이용객이 시위대와 동선이 겹치며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한 조치다. 시위 장소 인근에 있는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3일부터 이날까지 열린 데이식스 콘서트에서는 안전사고를 막기 위한 바리케이드가 설치됐다.

경찰도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표자가 없는 시위여서 교섭 창구를 찾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집회는 주최 측과 협의해 질서 유지와 통행 대책 등을 조율하지만, 이번 시위는 대표자가 없어 누구와 협의해야 할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이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시민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보고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진영기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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