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으로 계속 연기할 수 있게 밝은 냄새를 풍기는 배우이자 사람으로 살고 싶습니다."
'참교육'을 통해 강렬한 존재감을 남긴 배우 장요훈. 쏟아지는 관심 속에서도 그는 "유명세는 마지막일 수도 있다"며 들뜨지 않았다. 지금의 기회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은 그는 오래가는 배우를 목표로 차분히 다음 걸음을 준비하고 있었다.
최근 스타뉴스는 서울 종로구 사옥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참교육'(극본 이남규, 연출 홍종찬)에서 활약한 장요훈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달 5일 베일을 벗은 '참교육'은 무너진 교권을 바로잡기 위한 교권보호국의 활약을 그린 작품으로, 공개 직후 글로벌 1위를 차지하는 등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극 중 청소년 범죄와 마약 유통의 중심에 선 촉법소년 민지웅 역을 맡아 역대급 빌런으로 활약한 장요훈은 작품의 흥행에 따른 주변의 반응을 체감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장요훈은 "최근 작품 오디션을 많이 보러 다니는데, '참교육 재밌게 봤다'고 해주시더라. 또 날 만난 사람들이 '실제론 안 나빠 보이네요' 하는 반응들도 있다"며 미소 지었다. 다만 그는 "나 자체로의 변화는 잘 모르겠다. 들떴다가 지금은 살짝 가라앉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래도 긍정적인 변화라면, 업계 관계자들이 알아봐 주신다. '일정이 어떻게 되냐' 연락해 오기도 하고 신기한 경험을 하고 있다"며 달라진 온도를 설명했다.
1993년생으로 올해 33세인 그가 14세의 촉법소년을 소화하기란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치열한 오디션을 거쳐 캐스팅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감독님이 많은 배우를 봤는데 미성년자를 쓰기 어려울 거 같은데 성인 배우 중 어려 보이는 사람을 찾으셨던 거 같다"고 회상했다. 이어 "감독님이 내 눈빛이 계속 생각났다고 하시더라. '눈이 돌아있다'고 하시기도 했다. 그 말이 배우로서는 좋다고 생각했다"며 캐릭터에 녹아들 수 있었던 비결을 밝혔다.
성인 배우로서 소년의 외형과 정서를 구현하기 위해 장요훈은 인물의 외형적인 텐션과 에너지의 흐름을 통제하는 데 집중했다. 장요훈은 "나이는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서 에너지를 신경 쓰려고 했다. 소년이란 특성상 왜소해 보이려고 했다. 에너지, 몸의 형태나 에너지를 신경 썼다"고 주안점을 둔 부분을 짚었다.

또한 장요훈은 극 중 악행을 일삼는 캐릭터의 본질을 흐리지 않기 위해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려 노력했다. 그는 "민지웅이란 역할이 변명할 여지가 없는 가해자다. 감독님 역시 이 가해자를 옹호하지 않겠다고 했다. 나는 그런 민지웅이 어떤 감정선을 갖고, 왜 이런 행동까지 하는지 생각하며 에너지 흐름에 신경을 썼다"고 설명했다.
실제 자신의 과거와 배역 사이의 유일한 공통점을 찾아내며 캐릭터의 생동감을 불어넣기도 했다. 장요훈은 "에너지라는 게 몸의 형태에서 나오는 건데 나도 어렸을 때 산만하고 방방 떠 있고 그랬던 거 같다. 그게 이 친구와의 유일한 교집합"이라며 "나이가 들면서 방방 뜨고 영하게 살다가도 가라앉지 않나. 그걸 다시 띄우려고 했다. 재밌는 농담도 하면서 장난치고 걷는 것도 튀는 공처럼 걸어 다니려 했다"고 전했다.
이는 그간 독립영화나 연극 무대에서 맡아온 인물들을 표현해온 방식과는 달랐다. 장요훈은 "독립 영화, 연극, 뮤직비디오에서는 소수자, 피해자 역할을 많이 했다. 왕따를 당하고 가해자한테 맞고 이런 역할이거나 퀴어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땐 정서적인 걸 신경 많이 쓴다. 공감하려는 마음을 많이 가져간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 민지웅은 형태적으로 접근했다"며 "민지웅은 공감하고 이해하기보다는 좀 더 이 작품에서 이 친구가 보여야 하는 텐션이나 위치 같은 걸 생각했다"고 말했다.
완벽한 몰입을 위해 장요훈은 사소한 기억까지 들추며 극 중 인물과의 접점을 찾으려 애썼다. 그는 "나랑 공감대를 찾으려고 했다. 어렸을 때 산만했던 기억, 게임을 하다 화를 냈던 기억 등을 살리려고 했다"면서도 "그래도 나는 그런 순간들이 주변에 좋은 어른들이 있었다"고 말해 민지웅과의 명확한 경계를 그었다.

작품을 향한 그의 열정은 실제 삭발 감행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는 소년교도소 입소에서의 삭발 장면을 언급하며 "원빈 주연의 '아저씨'처럼 멋있게 삭발하는 거랑 너무 다르긴 했다"며 유쾌하게 웃어 보였다. 장요훈은 "머리는 자르는 작품은 많은데 삭발을 하는 작품은 많이 안 떠오르더라. 그래서 삭발하는 장면을 하면 재밌겠더라. 그래서 흔쾌히 실제 머리를 민 거다. 근데 CG인 줄 아시는 분들도 있더라"고 전했다.
삼엄했던 교도소 촬영 현장의 분위기도 생생히 전달했다. 그는 "그때 만난 배우들이 험악하게 생기고 문신까지 하고 있었다. 그분들이 어깨동무하고 그러는데 실제로 정말 무섭더라. 무서워하는 연기를 해야 하는 장면에서 노력하지 않아도 표정이 나왔다"고 고백했다. 이어 "또 작업반장 김수겸(김균하 분)이 칫솔로 찌르는 장면에서도 가짜인 걸 알면서도 혹시나 잘못해서 찔릴까 봐 무서웠다"고 털어놨다.
특히 극 중 김수겸의 협박에 소변 실수를 하는 파격적인 장면은 그의 적극적인 제안으로 완성됐다. 장요훈은 "그 장면은 대본에 없는 장면인데, 내가 아이디어를 제시했다"고 깜짝 비하인드를 공개하기도 했다.

현장에서 함께한 동료 배우들과의 유대감은 남달랐다. 장요훈은 함께 비행 청소년으로 호흡을 맞춘 배우 임현묵, 윤태식, 최현준을 언급하며 "저희가 한 회차를 제외하고 모든 회차를 같이 촬영했다. 작품 할 때 다들 회사가 없어서 다 같이 차, 지하철 타고 다니고 숙박하고 하면서 되게 돈독해졌다"며 "오늘은 다 같이 만나기로 하기도 했다"고 끈끈한 의리를 과시했다.
현장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선배 배우 김무열에 대한 깊은 존경심도 표했다. 장요훈은 "김무열 선배님이 제가 하고 싶은 거 다 해주게끔 해줬다. 제 아이디어나 제가 하고 싶어 하는 걸 대신 감독님께 말해주기도 했다. 저런 배우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너무 잘생기고 몸도 잘 쓰시고 모든 걸 다 가진 사람이었다. 이런 연기력과 삶의 태도가 있으니까 계속 불리는구나 싶었다"고 감탄했다. 이어 "표지훈, 진기주 선배도 옆에서 계속 도와줬다. 내가 상업 매체에 온 지는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 좋은 말씀들도 많이 해줬다"며 감사의 마음을 잊지 않았다.

'참교육'을 통해 대중에게 강렬한 눈도장을 찍었지만, 장요훈은 쏟아지는 관심에 휩쓸리지 않고 차분하게 다음 스텝을 준비하고 있다.
급작스럽게 마주한 유명세에 대해 그는 "솔직히 말해 알려지는 것에 대한 양가감정이 드는 거 같다"며 "오디션, 작품에 대한 기회가 생겼지만 이로 인해 갖게 되는 책임감이 있더라"고 솔직한 심경을 고백했다. 이어 "유명해지고 싶다고 해서 유명해지지 않는다. 이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더라"며 "그래서 그냥 하나하나 충실히 잘하고,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려고 한다. 즐겨보려고 한다"고 단단한 내면을 드러냈다.
장요훈은 "사실은 앞으로 보여드릴 게 더 많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상업 매체, 독립 영화, 연극이든 보여드릴 거다"라며 "유명세는 마지막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기회가 있으려면 드라마도 잘돼야 한다. 게다가 나는 작품 전체가 아닌 한 회의 에피소드만 맡았다. 지금의 이런 기회가 온 건 정말 흔치 않다"고 덤덤히 말했다.
배역의 크기보다는 연기의 본질을 좇겠다는 그는 "비중에 욕심은 없다. 좋은 작품에서 임팩트 있거나 방향성 잘 잡고 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 욕심은 있기 때문에 상업 매체 도전하겠지만 유명한 배우보단 부끄럽지 않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장요훈은 이번 작품이 자신에게 남긴 이정표와 앞으로 지켜내고 싶은 삶의 가치를 되새겼다. 그는 "사실 이번 '참교육'을 통해서 처음으로 주목을 받았는데 난 계속 제 길을 갈 거다. 오래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며 "김무열 선배님이 현장에서 보여줬던 모습처럼 좋은 영향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 좀 더 책임감도 생기는 거 같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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