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에게 주 5일 사무실 출근을 요구하는 상사는 정말 업무 효율을 걱정하는 걸까. 최근 미국 연구진은 재택근무를 반대하는 경영진일수록 권력과 지위에 대한 욕구가 더 강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내놨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어진 ‘사무실 복귀’ 논쟁의 이면에 상사의 나르시시즘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4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조직심리학자인 애덤 그랜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박사는 상사들이 재택근무를 꺼리는 이유가 업무 효율성보다 자존심과 통제 욕구, 지위에 대한 집착 때문일 가능성이 더 크다는 연구를 발표했다.
팬데믹 이후 기업들은 ‘혁신’, ‘협업’, ‘생산성’, ‘멘토링’ 등을 내세워 직원들을 다시 사무실로 불러들였다. 미국에서는 현재 기업 3분의 1가량이 직원들의 전면 출근을 요구하고 있으며 원격 근무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식 근무까지 폐지했다.
하지만 ‘사무실이란 제단에서 나를 숭배하라’라는 제목의 이번 논문은 이런 변화가 기업 경쟁력보다 경영진의 권력 과시와 더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에 따르면 상사의 자아가 강할수록 권위와 찬사를 더 원했고, 그럴수록 직원들의 사무실 복귀를 강하게 요구했다.
연구진은 뉴욕타임스(NYT) 기고에서 “사무실 완전 복귀를 지시하는 상사는 원격 근무가 자신의 권위와 존경을 위협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들은 사무실에서 숭배받기를 원한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세 차례 연구 가운데 하나에서 포춘 500대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분석했다. CEO의 보수 규모와 기업 연례 보고서에 실린 서명 및 사진 크기를 자아 성향의 지표로 활용했다. 해당 지표가 높을수록 자신이 이끄는 회사의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거나 다른 기업 이사회에도 참가할 가능성이 컸다. 재택근무를 가장 강하게 비판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대표적인 사례가 “뉴욕 수준의 연봉을 받고 싶다면 뉴욕에서 일해야 한다”는 식의 발언이다.
이번 연구는 원격근무 환경이 이들이 가장 원하는 권력과 지위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자기애 성향이 강한 상사들은 상대방의 말을 끊거나 큰 목소리로 말하고, 강한 눈맞춤을 하거나 갑자기 회의를 소집하는 방식으로 관심과 인정을 얻어 왔다.
하지만 원격근무에서는 이런 방식이 제대로 통하지 않는다. 연구진은 직원들이 화상회의에서 상사의 얼굴을 봐도 위축되거나 존경심을 보이기보다 피곤하거나 지루한 표정을 지을 가능성이 더 크다는 기존 연구 결과도 인용했다.
특히 원격근무에서는 직원들도 새로운 방식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업무 알림을 무시하거나 이메일을 삭제할 수 있고, 줌에서는 카메라도 끌 수도 있다. 사무실 크기나 자리 배치처럼 조직 내 위계를 상징하던 요소도 힘을 잃는다. 일부 리더들이 재택근무 유지 시 자신의 권위가 흔들린다고 느끼는 이유다.
블룸버그는 이처럼 경영진이 자신의 권력을 되찾으려는 시도가 기업 조직 문화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주 5일 출근 의무화뿐만 아니라 직원의 복장과 행동 기준까지 세세하게 통제하는 흐름이 뚜렷해졌다는 것이다.
가령 미국 유통업체 타겟은 올여름부터 직원 복장 규정을 강화하기로 했다. 모든 직원은 파란색 데님이나 카키색 바지에 빨간색 셔츠를 입어야 한다. 지난해에는 이른바 ‘10-4’ 규칙도 도입했다. 고객이 10피트(3m) 이내로 다가오면 미소를 짓고 눈을 마주치며 손을 흔들어야 한다. 만약 고객이 4피트(1.2m) 이내로 다가오면 도움이 필요한지, 오늘 하루는 어떤지 등을 물어보며 대화를 나누도록 한 서비스 지침이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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