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사진)이 10년 가까이 짊어지고 있던 '사법 리스크'를 훌훌 털어냈다. 대법원이 부당합병·회계 부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회장에게 1·2심과 마찬가지로 무죄 판단을 유지하면서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이날 오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회장에게 검찰 측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확정했다.
이 회장은 2015년 안정적 경영권 승계와 그룹 지배력 강화를 목적으로 사내 미래전략실(미전실) 주도 하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부당하게 관여한 혐의를 받아왔다. 검찰은 이 회장이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2020년 9월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1~2심은 이 회장을 비롯해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전실 실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 14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심은 이 회장이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기 위해 부정거래·회계 부정을 저질렀다는 혐의를 무죄로 봤다. 부정거래 행위에 대해선 이 회장 등이 부당하게 관여했다는 검찰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회계 부정과 관련해서도 회사 측 재무제표 처리가 재량을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삼성바이오 허위 공시·부정 회계 혐의도 부정했다. 삼성바이오가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단독 지배력을 보유하는 것처럼 오인하게 만들고 지배력이 변경되지 않는 듯 가장했다는 검찰 측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 판단은 국민연금공단이 이 회장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도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앞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으로 손해를 봤다면서 지난해 9월 5억1000만원을 배상하라는 취지의 소송을 냈다. 법원은 이 사건 첫 변론기일을 부당합병·회계 부정 관련 대법원 선고 이후로 미뤄둔 상태다.
앞서 법조계 일각에선 이 회장이 무죄 선고를 받게 될 경우 법원이 국민연금의 손해액을 청구 금액보다 낮게 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 회장은 이날 판결로 10년 가까이 털어내지 못했던 사법 리스크를 해소하게 됐다. 그는 1~2심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총 100차례에 걸쳐 법원에 출석했다.
2020년 부당합병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기 전인 2017년 2월엔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 기소돼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번 무죄 선고에 따라 이 회장의 '뉴삼성' 구축을 위한 행보도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