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욱진 가천대 의대 학장(심부전폐고혈압센터장)
더 안타까운 점은 폐동맥고혈압 환자의 대다수가 30∼50대의 젊은 여성이라는 점이다. 폐동맥고혈압은 20여 년 전만 해도 치료법이 없었고, 의료진 사이에서도 질환에 대한 인식이 낮아 환자들이 조기에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게 힘들었다.
그러나 2017년 대한폐고혈압연구회가 출범하며 ‘폐미리 희망 캠페인’이라는 인식 캠페인 등으로 과거에 비해 조기 진단이 가능해졌다. 아울러 국립보건연구원 지원으로 9년째 진행 중인 폐고혈압 정밀의료 장기 코호트 연구(PHOENIKS)를 바탕으로 전문 치료를 통한 생존율을 높이고 있다. 연구회는 현재 학회로 성장했다.
그러나 아직 치료 여건은 세계적인 수준에 못 미치고 있다. 최근 해외에선 병의 진행 원인에 접근해 두꺼워진 폐동맥 벽을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는 치료법이 도입됐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새로운 치료제의 도입이 지연되거나, 사용 허가를 받아도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비싼 치료비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여기엔 제도의 한계도 있다. 현재 건강보험 급여 평가 체계는 아무리 혁신적인 치료제가 나와도 상대적으로 매우 저렴한 기존 치료와 비교해 평가한다. 그렇다 보니 새 치료제를 통해 환자의 삶이 얼마나 달라지는지, 장기적으로 사망과 입원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등의 가치를 반영하기 힘들다. 이 때문에 혁신 의약품 덕분에 사망할 뻔했던 환자가 일상생활로 돌아가는 것이 기존 약제로 적절히 증상을 유지하는 것보다 “경제적이지 못하다”는 역설적 평가를 받게 된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폐동맥고혈압처럼 생명을 위협하는 희귀 질환에 대해서는 건강보험 급여 평가 시 신약의 개선된 효과를 고려해 지급하는 비용 기준, 즉 ICER(점증적 비용-효과 비율)을 좀 더 유연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 희귀질환 치료제의 ICER 최대 임계값이 항암제보다 낮은 수준이라는 점은 꼭 짚어볼 대목이다.
폐동맥고혈압 환자에게 혁신 치료법은 단순히 ‘새로운 약’을 쓰는 문제가 아니다. 젊은 엄마가 다시 아이와 손을 잡고 걷고, 직장인이 일터로 돌아가 내일을 계획할 수 있게 만드는, 사회가 함께 감당해야 할 의미 있는 투자다.정욱진 가천대 의대 학장(심부전폐고혈압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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