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직업에서 (사람의 업무를 대체할 정도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스타트업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캐피털(VC)인 코슬라벤처스의 비노드 코슬라 창업자(사진)가 한 말이다. 그는 28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디스럽트 2025’ 행사에서 “의료산업만 해도 2040년 정도면 대부분의 의료 전문지식이 무료로 제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1만 개 이상 스타트업과 유력 VC들이 모여 기술의 미래를 그리는 테크업계 최대 행사인 올해 디스럽트의 최대 화두는 ‘인력 대체 AI’로 집약됐다.
◇ 혁신 거부하면 낙오
2004년 설립된 코슬라벤처스는 오픈AI 초기 투자자이자 딥테크 투자를 선도하는 VC로 유명하다. 2023년 30억달러 규모 펀드를 조성하는 등 운용액은 수십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엔 소프트웨어 개발 AI 에이전트 ‘데빈’을 개발한 스타트업 코그니션에 투자했다. 코슬라 창업자는 “2~3년 전부터 사람을 돕는 작업 도구로서의 AI가 아니라 AI를 완전한 작업자로 만드는 게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해왔다”며 “예컨대 연봉 50만달러를 받는 신경과 전문의 같은 전문 작업자를 대체할 AI를 제작할 수 있다면 가치가 극대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AI 낙관론자 중 한 명이다. 코슬라 창업자는 “하루 8시간씩 자동차 타이어를 조립하거나 37.8도 더위에 농장에서 일하는 일은 없어질 것”이라며 “교육과 서비스 비용도 매우 낮아져 사회 전반이 풍요로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일부 기업과 국가는 이런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뒤처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AI 혁신을 거부하는 이들이 그 대상이다. 그는 노동이사제를 도입한 독일과 지난해 시위 끝에 영화·방송 제작사의 AI 사용 금지 합의를 이끌어낸 미국배우조합(SAG-AFTRA)을 사례로 들었다. 코슬라 창업자는 “미래는 매우 격동적이고 변화를 거부할 권리는 없다”고 단언했다.
AI로 발생한 실업자를 구제하기 위한 방법으로 코슬라 창업자는 AI로 생산성을 향상한 상장 기업들에 한해 지분 10%를 기금 형태로 조성하는 ‘보편법인세’를 제안했다. 그는 “상당한 논쟁을 일으킬 만한 얘기”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노르웨이가 북해에서 석유를 발견해 엄청난 부를 얻었을 때 국부펀드를 만들고 여기에서 나온 수익금으로 새로운 기술로 인해 일자리를 잃는 사람을 위한 예비 기금을 마련했던 것과 같은 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K스타트업 3곳 첫 본선 진출
코슬라 창업자가 그리는 미래는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전날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아마존은 본사 전체 직원 35만 명 중 10%에 달하는 3만여 명을 감원하기로 했다. 앤디 재시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6월 사내 공지를 통해 “향후 몇 년간 생성 AI와 AI 에이전트를 더 많이 도입함으로써 전체 기업 인력이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최대 은행 JP모간체이스는 사내 성과평가에 AI 챗봇을 도입했고, 법무계약 검토 등 고객사에 제출해야 하는 각종 서류에 챗봇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다른 벤처 투자자들도 코슬라 창업자의 얘기에 공감했다. 이들은 스타트업 투자의 성패가 개별 직업을 얼마나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입을 모았다. 제리 첸 그레이록 제너럴파트너는 니나 아샤디잔 인덱스벤처스 파트너, 피터 뎅 펠리시스 제너럴파트너와의 대담에서 “지난 10년간 우리가 투자해온 소프트웨어의 비즈니스 모델은 인사(HR) 영역의 경우 채용에서 퇴사까지 업무 과정의 일부를 대체하는 것이었다면 요즘엔 HR의 전체를 AI가 해결하도록 만들어주는 스타트업이 각광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디스럽트 2025 행사에서는 1500여 개 스타트업 중 예선을 거쳐 선정된 200개 기업이 참여하는 스타트업 경연대회인 ‘배틀필드 200’도 열렸다.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한국 기업 3곳(에어빌리티, 비주얼신, 제제듀)이 본선 200개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행사장에는 총 13개 한국 기업이 참여한 한국관이 별도로 마련돼 현지 VC 및 스타트업들과 교류했다.
실리콘밸리=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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