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주총 확산·증권정보포털 혁신…‘편하고 든든한 투자’ 체감케 할 것”[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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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최훈길 박순엽 기자] “투자자들은 주식을 사고파는 순간에 집중하지만, 시장의 신뢰는 그 뒤에서 만들어집니다.”

이윤수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은 취임 두 달을 맞아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예탁결제원의 역할을 이렇게 설명했다. 주식 매매가 체결된 뒤에도 증권의 발행·등록, 권리 행사, 청산·결제, 담보 관리로 이어지는 후선 절차가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자본시장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의미다.

금융위원회에서 자본시장 정책과 금융정책 업무를 두루 거친 뒤 지난 4월 취임한 이 사장은 예탁결제원을 “자본시장 인프라의 백본(backbone·척추)”이라고 표현했다. 외부에선 잘 보이지 않지만, 투자와 자금 조달이 이뤄지는 시장의 뼈대를 떠받치는 기관이라는 설명이다.

그가 취임 이후 우선 과제로 꺼낸 것은 ‘보이지 않는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예탁결제원의 역할을 투자자 접점으로 넓히는 일이다. 전자주주총회와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를 앞세워 시장 뒤편의 인프라가 일반 투자자와 발행회사에도 실질적인 편익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윤수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이 지난달 2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서울사옥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전자주총·세이브로 고도화로 투자자 접점 넓힌다

이 사장은 투자자 접점을 넓힐 첫 과제로 전자주총을 들었다. 전자주총은 주주가 현장에 직접 가지 않아도 온라인으로 주총을 시청하고 실시간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다. 이 사장은 “당분간 대국민 서비스로 가장 주목받을 수 있는 분야는 전자주총”이라며 “많은 국민이 주주가 된 시대인 만큼 발행회사와 투자자 모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서비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년부터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회사 230여곳은 반드시 전자주총을 열어야 한다”며 “주주 입장에서는 현장에 가지 않아도 주총에 참여할 수 있고, 발행회사 입장에서도 의결정족수 확보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스템 오류로 의결권 행사에 참여하지 못했다면 분쟁 소지가 생길 수 있다”며 안정적인 시스템 구축을 관건으로 꼽았다.

이에 예탁결제원은 의무화 일정에 맞춰 시스템 구축과 운영 기준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전자투표·전자위임장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본인 인증과 의결권 행사, 결과 집계 과정의 안정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주총 당일 접속 장애나 집계 착오가 주총 결의의 효력 다툼으로 번질 수 있어서다.

전자주총 서비스는 해외 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지원으로도 넓어진다. 예탁결제원은 오는 9월 미국 의결권 행사 대행사 브로드리지(Broadridge)와 업무협약(MOU)을 추진 중이다. 이 사장은 “미국 주주들도 국내 주총 시즌에 맞춰 투표할 수 있게 되면 한국 시장에 대한 호감도도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세이브로 고도화도 주요 과제다. 세이브로는 주식·채권·펀드부터 해외주식 보관 잔액까지 자본시장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예탁결제원의 대표 정보 포털이다. 이 사장은 “세이브로엔 증권 정보가 워낙 많아 일반 이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찾아보기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국민이 원하는 정보를 더 쉽고 깔끔하게 볼 수 있도록 대외 서비스 품질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예탁결제원은 단순 정보 제공을 넘어 이용자가 필요한 데이터를 더 빠르게 찾을 수 있도록 세이브로의 검색·조회 기능을 개선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이 사장은 “단순 챗봇을 붙이는 수준이 아니라 이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더 효율적으로 찾을 수 있도록 고도화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윤수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이 지난달 2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서울사옥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결제 안정성은 본령…美 CTM 사례도 참고

투자자 접점을 넓히는 일만큼 이 사장이 무게를 둔 과제는 결제 안정성 강화다. 최근 국내 증시 거래대금이 급증한 데다 대체거래소(ATS) 출범, 거래시간 확대 논의, 결제주기 단축 논의가 맞물리면서 후선 처리 역량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현재 수준은 물론 거래 규모가 더 커져도 결제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큰 부담은 없지만, 결제 리스크 관리는 예탁결제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말했다. 실제 예탁결제원은 2020년과 2022년, 2023년, 2025년 네트워크·시스템 장애 시간 0분을 기록했다. 2021년과 2024년 장애 시간도 각각 190분, 25분에 그쳤다.

이 사장은 “결제 지연에 대해 한국 시장은 사실상 ‘제로 톨러런스(Zero Tolerance·무관용 원칙)’에 가까운 기준을 갖고 있다”며 “그만큼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작은 장애도 시장 전체의 신뢰 문제로 번질 수 있는 만큼, 안정성 투자는 비용이 아니라 시장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는 설명이다.

결제 인프라 고도화의 핵심 축은 차세대 전산시스템 구축이다. 예탁결제원은 수백억원 이상을 투입해 2011년 구축된 기존 전산시스템을 약 15년 만에 개편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장은 “제도나 시장 환경이 바뀌었을 때 시스템에 바로 반영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높이고, 한 시스템의 문제가 다른 시스템으로 확산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차세대 시스템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T+2인 주식 결제주기를 T+1로 하루 앞당기는 작업도 핵심 과제다. 이 사장은 결제주기 단축을 “하루가 갑자기 절반으로 줄어드는 것”에 빗댔다. 그는 “매매 체결 이후 이뤄지는 여러 후선 업무를 그만큼 압축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결제주기 단축은 예탁결제원만의 문제가 아니라 증권사와 운용사, 수탁은행 등 시장 참여자 전체의 업무 프로세스를 함께 바꾸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결제주기를 단축한 미국의 사례도 참고 대상이다. 미국은 2024년 주식 결제주기를 T+2에서 T+1로 단축하면서 매매 확인과 결제 지시 등 후선 업무의 자동화 수준을 높였다. 이 사장은 대표 사례로 기관투자가와 브로커, 보관기관 간 매매 확인·결제 지시 과정을 자동화하는 CTM(Central Trade Manager)을 들었다.

그는 “미국도 T+1로 가면서 자동화를 많이 했다”며 “CTM 같은 자동화 시스템을 참고해 글로벌 결제 인프라와의 연계를 넓히거나, 국내 시장에 맞는 유사 시스템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제주기가 짧아질수록 수작업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매매 확인과 결제 지시를 표준화·자동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이 사장은 “예탁결제원이 하는 일은 복잡하고 어렵지만, 결국 국민이 안심하고 투자하고 기업이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자본시장의 기반을 지키는 일”이라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장의 신뢰를 지키는 동시에 시장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도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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