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키운 의료 경쟁…의수·의족 시장 128억弗로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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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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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약을 조절해 건반을 누르고, 붓으로 섬세하게 서예하는 손. 이는 실제 인간의 손이 아니다. 이미 잘려나간 손을 대신하는 의수다. 절단 부위에 부착된 센서가 미세한 인체 전기 신호를 읽어 섬세한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지난해 말 중국 스타트업 브레인코가 선보인 ‘레보2 핸드’ 기술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미국·이란 전쟁까지 겹치며 글로벌 의수·의족산업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전쟁이 의학기술 발전을 이끄는 역설이다. 1차 세계대전으로 소독 기술이 발명되고 2차 세계대전으로 페니실린과 화학요법이 등장한 것처럼 말이다.

3일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에 따르면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군 부상자는 61만1000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37만6000명은 장애를 입었으며 절반 이상은 절단 환자가 됐다. 18만 명 이상이 팔이나 다리를 잃은 셈이다.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절단 환자만 지난해 5월 기준 최소 6만 명으로 집계됐다.

각국 정부는 의수·의족 분야 지출을 크게 늘리고 있다. 올해 러시아 연방 예산에는 ‘재활 기술 장비’ 항목으로 980억루블(약 1조8000억원)이 배정됐다. 우크라이나 정부도 보상금을 대폭 늘리고 규제를 완화했다. 민간인에게는 500만~1100만원, 군인에게는 이보다 세 배에 이르는 보조금을 지원한다.

전쟁이 키운 의료 경쟁…의수·의족 시장 128억弗로 커진다

러시아에 의수·의족을 주로 공급한 독일은 2024년 러시아에 관련 제품을 5260만달러어치 수출했다. 전년 대비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연간 약 50t이던 수출량도 같은 해 100t을 넘어섰다.

기술도 빠르게 발달하고 있다. 아이슬란드의 글로벌 의수·의족 1위 기업 외수르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의족이 보행 패턴과 평지·경사·계단 등 지형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발목 각도를 자동 조절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전장 환경을 견디도록 설계한 견고한 제품도 내놨다. 중국 브레인코는 생각만으로 0.1초 안에 전자 의수를 움직일 수 있는 기능을 선보였다. AI가 사용자 패턴을 학습하며 동작의 정밀도는 실제 움직임의 95%에 이르렀다.

이상훈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로봇및기계전자공학과 교수는 “근전도 센서와 AI를 활용하는 방식은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신체에 전극을 삽입하는 방식도 제어 의도를 파악하는 데 가장 효과적이어서 미국, 유럽 등에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 전쟁을 겪는 지금이 의족·의수 기술의 또 다른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웁살라 갈등 데이터 프로그램(UCDP)은 2024년 국가가 연루된 무력 충돌이 61건으로, 1946년 이후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HTF마켓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세계 의수·의족 시장 규모는 지난해 52억달러에서 2034년 128억달러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연평균 성장률은 10.2%에 이른다. 전쟁뿐 아니라 사고와 당뇨병, 혈관 질환에 따른 절단 환자도 기술 발전 수혜를 누릴 수 있다.

이현주 단국대 사학과 교수는 “의수·의족 기술이 본격적으로 진전한 시기는 1차 세계대전 이후”라며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의수·의족에 알루미늄과 플라스틱 같은 신소재가 도입되고 생산 공정이 표준화됐으며, 국가 지원 체계가 갖춰져 연구개발이 활발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의지는 인간 신체 기능과 정체성을 복원하는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경제적 자립과 사회 복귀까지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정책적·산업적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혜인/손주형 기자 h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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