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장사 멈춰라' 방위산업전서 반전 시위…"업무방해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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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방위산업 전시회에서 5분간 반전 구호를 외친 활동가들에 대해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놓았다. 표현의 자유는 공적 관심사에 대한 감시와 비판의 수단으로 형사처벌은 신중히 적용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법원 제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지난 4월 15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시민단체 ‘전쟁 없는 세상’ 소속 이모 씨 등 8명에게 벌금 50만원 또는 같은 액수의 벌금형에 대한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 제1형사부(항소심 재판부)로 돌려보냈다고 2일 밝혔다.

대법원은 방위산업 관련 행사장에서 짧은 시간 동안 이루어진 반전 시위가 업무방해죄에서 말하는 ‘위력’에 해당하지 않으며 이로 인해 전시 업무가 실제로 방해됐거나 방해될 위험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공적 관심사에 대한 비판적 표현이 형사처벌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그 요건에 대해 더욱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씨 등은 2022년 9월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방위산업전 2022’ 행사장에서 K808 장갑차와 K2 전차 위에 올라 기타와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전쟁장사 중단하라”, “STOP THE ARMS FAIR” 등의 구호를 외치며 무기 전시를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함께한 활동가들은 이를 촬영하거나 보안요원의 제지를 막기도 했다.

당초 검찰은 이들의 행위를 ‘위력을 이용한 업무방해’로 판단해 약식기소했고 피고인들이 이에 불복해 정식 재판이 진행됐다. 1심 재판부는 “확성기나 앰프를 사용하지 않았고, 약 5분 이내의 짧은 시간 동안 제한된 장소에서 이뤄진 표현행위는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관람객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전시회 운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방식으로 행위가 이뤄졌고,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족한 수준이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피고인 6명에게는 벌금형을, 나머지 2명에게는 같은 액수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 판단을 뒤집고 피고인들의 행위가 공공적 관심사에 대한 표현으로서 헌법이 보호하는 영역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국가 방위산업은 공적 관심사로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며 이를 위해선 표현의 자유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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