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한길 영향력 어느 정도길래…이슈 다 뺏긴 국민의힘 [정치 인사이드]

2 days ago 7

전직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 / 사진=연합뉴스

전직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 /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이 오는 8월 22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전직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를 둘러싼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당 대통령 탄핵과 대선 패배라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진행되는 전당대회임에도 불구하고, 당의 비전 경쟁은 실종되고 전씨 관련 이슈가 모든 현안을 집어삼키는 모양새다.

31일 하루 동안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의 입에는 전씨가 끊임없이 오르내렸다.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씨에 대해 "관심이 없다"면서도 "전한길이 무슨 극우인가", "지금 '전한길 대회'를 하는 게 아니다", "전당대회에 후보들이 나온다는데 친길(전한길), 반길(전한길) 이런 프레임 자체가 잘못됐다" 등 전씨 관련 언급을 피하지 못했다.

안철수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친길(친전한길) 당 대표, 계몽령 최고위원, 윤어게인 청년 최고위원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지도부가 세워지면 어떻게 되겠냐"고 했고, 조경태 의원은 경쟁 주자인 김 전 장관을 향해 "'반혁신'이다. 전한길이든 전광훈이든 자유롭지 않지 않냐"고 전씨를 거론했다. 장동혁 의원은 이날 전씨가 주최한 유튜브 토론회에 참석해 강성 지지층 표심을 얻기 위한 발언을 쏟아냈다. 장 의원은 "윤 전 대통령과 뭐를 더 절연하자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면서 당 대표가 되면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겠다고 했다.

전날에는 전씨의 이른바 '당 대표 후보 면접' 논란이 정치면을 달궜다. 전씨가 최근 한 유튜브에서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에게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할 것이냐, 아니면 같이 갈 것이냐 물어보는 공개 질의서를 보낼 생각"이라며 "무조건 같이 간다는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한 게 발단이 됐다. 이에 김 전 장관, 장 의원은 응답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반대로는 안 의원, 조 의원, 주진우 의원 등 다른 후보들은 답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전씨 관련 이슈가 화두로 떠올랐다.

사진=구글 트렌드

사진=구글 트렌드

전씨가 전당대회 이슈를 잠식하는 흐름은 데이터로도 확인된다. 구글 검색량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최근 3일간(7월 28일~30일) '전한길' 키워드에 대한 검색 관심도는 다른 당권 주자들을 압도하며 평균 91을 기록했다. 이는 김문수(평균 77), 안철수(평균 60), 장동혁(평균 48), 조경태(평균 17) 등 다른 후보들의 평균 관심도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30일에는 전씨 검색 관심도가 100을 기록하며 최고점을 찍기도 했다. 이는 같은 날 김문수(85), 안철수(75), 장동혁(35), 조경태(18)의 수치와 비교하면 상당한 격차다.

이처럼 전씨가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영향력을 과시할 수 있게 된 것은 그가 윤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하거나, 윤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발언을 통해 일부 강성 지지층의 지지세를 얻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6월 입당한 전씨는 최근 "나와 함께 가입한 당원만 수만명"이라며 전당대회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아스팔트 스피커로서 전씨의 영향력이 작다고 할 순 없다"고 했다.

다만 당내 쇄신파에서는 전씨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김용태 전 비대위원장은 "계엄을 옹호하고 부정선거론을 확산시키는 정치적 극단주의와 반드시 결별해야 한다"고 했다. 과거 전씨의 제자였다는 우재준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분명한 잘못이며, 결코 가벼운 잘못도 아니다. 그러니 '계몽령'과 같은 말은 틀린 말"이라며 "선생님의 계엄을 긍정하는 취지의 발언은 오해와 잘못된 인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니 선생님 이제 그만하셨으면 좋겠다. 제자들의 인생을 아끼던 모습으로 이제 그만 돌아와 주셨으면 좋겠다"는 편지를 남겼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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