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국회가 국방 반도체 기술 자립 계획과 법적 기반 마련을 추진하는 가운데 금융권 내부에서 관련 생산적 금융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방 반도체 자립 필요성은 커지고 있지만 시장 규모가 제한적이고, 국내 기업의 시스템 반도체 개발·양산 경험도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지형 NH금융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최근 ‘국방 반도체 공급망 자립 관련 생산적 금융 투자 검토’ 보고서에서 “국내 기업의 시스템 반도체 개발·양산 경험이 글로벌 경쟁사 대비 열위하고 자동차·방산 등 특수 부문 신규사업 추진 시 수익성 확보 실증이 제한적”이라며 “생산적 금융 관련 여신 및 투자 결정 시 이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먼저 국방 반도체 자립이 필요한 배경을 짚었다. 한국은 국방 반도체의 약 99%를 미국 등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 중 AMD·아날로그디바이스(ADI)·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 등 미국 기업 의존율이 85% 이상이다. 이 책임연구원은 “미국은 2018년 이후 반도체 관련 수출관리규정(EAR) 및 국제무기거래규정(ITAR)을 강화하고 있어 미국산 반도체를 적용한 K-방산 무기 체계를 수출할 경우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할 가능성이 있다”며 “국가 비상사태 시 미국 정부가 국방물자생산법(DPA)에 따라 미국산 반도체를 자국에 우선 배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전이 데이터·AI 기반의 ‘지능형 전장’으로 진화하면서 무기 체계당 반도체 탑재 규모도 늘고 있어 자립 필요성은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이 책임연구원은 실제 투자·여신 집행 단계에서는 별도로 점검해야 할 리스크가 있다고 짚었다. 우선 시장 규모 자체가 제한적이다. 글로벌 방산용 반도체 시장 규모는 2024년 기준 119억 달러로 추정되는데, 같은 기간 글로벌 상위 100대 방산기업 합산 매출액(6790억 달러)에 비하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이 책임연구원은 “유럽의 무기 수요 급증과 유럽 방산 기업들의 생산 병목이 K-방산의 급성장의 가장 큰 배경이었지만 최근 세계 각국이 국방 자립 추진하는 상황에서 향후 유럽 방산 자급률 상승에 따라 K-방산 수요 축소 가능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수익성 검증이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이 책임연구원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을 겪은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반도체 내재화를 추진했지만 낮은 수익성 문제로 칩 직접 설계보다 장기 구매계약을 통한 공급망 안정화 전략으로 선회한 사례, 삼성전자가 2023년 양산을 공식화한 질화갈륨(GaN) 전력반도체 파운드리 투자가 2026년까지 양산이 지연되고 있는 사례를 근거로 들었다. 이 책임연구원은 “국방 반도체는 안정성 확보를 위한 인증 등 절차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장기 투자가 필요하고 다품종 소량 생산으로 비용이 많이 드는 데 비해 방위산업의 수요는 한정적”이라며 “수익성 고려 시 국산화 가능 품목 제한적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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