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일 "잊고 있던 감각·기억 잇는 매개로…계속 노래하고파"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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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정준일 인터뷰
올해 소극장 콘서트 개최 10주년
7월 31일부터 3주간 9회 공연 진행
"피아노 하나만 줘도 무대 채워야…기본에 충실"
"음악 외엔 사랑해본 적 없어…시대가 원하는 가수되길"

가수 정준일 /사진=OOAS 제공

가수 정준일 /사진=OOAS 제공

유일하게 지워지지 않는 서명은 사람의 지문이라는 말이 있다. 가수에게는 지문처럼 여겨지는 강력한 또 하나의 본인 확인 장치가 하나 있는데, 바로 목소리다. 고유의 목소리는 곡의 분위기, 가수가 지닌 감성의 진폭에 따라 마치 하나의 장르처럼 진화한다.

정준일이라는 가수의 장르는 상당히 확고하다. 화려한 기교보다는 정직하고 솔직하게 마음을 공유하는 쪽에 가깝다. 절절한 이별의 아픔도, 숨 막힐 정도의 깊은 고독과 그리움도 과하게 전달하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 느껴지는 그대로 내뱉는 한 마디 한 마디를 통해 감정의 동화가 깊숙하게 일어난다. 무대 위에서 열창하는 가수와 객석에서 이를 지켜보는 관객이 함께 눈물짓는 장면이 꽤 익숙하다.

이 진한 교감은 온기가 밀도 있게 몰려드는 소극장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2016년부터 10년째 소극장 콘서트를 개최해오고 있는 정준일은 올해 역시 팬들과의 만남을 준비 중이다. 서울 이화여자대학교 ECC 영산극장에서 오는 31일부터 8월 16일까지 3주에 걸쳐 총 9회 무대에 오른다.

최근 서울 모처에서 만난 정준일은 "소극장 공연은 매년 해오던 거다. 일반적으로 콘서트라고 하면 가수가 주인공이 되고, 멋진 옷을 입고 스포트라이트를 강하게 받지만, 난 화려하게 빛나는 것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라며 웃었다.

이어 "뭘 많이 하지 말자는 게 내 공연의 기조다.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없었으면 좋겠다"면서 "뮤지션들의 음악을 통해 나 자신을 스스로 돌아봤던 순간이 많았다. 내가 음악을 전달하는 방식 또한 그렇다. 음악을 통해 자신도 잘 몰랐던 내면이나 기억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는 순간들을 만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마이크 하나, 피아노 하나만 줘도 알아서 무대를 채우는 게 가수"라고 소신을 밝힌 그는 "항상 기본에 충실하려고 한다. 철학이 있는 건 아니다. 그런 음악을 듣고 자라왔고, 해왔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공연의 타이틀 역시 이러한 생각과 궤를 같이한다. '피아노 여름 목소리'. 정준일은 "여름에 하는 공연이고, 피아노가 올라가고, 제가 노래하니까"라고 간결하게 설명했다.

그는 "각자 느끼는 게 다르지 않나. 노래별로 가지고 있는 추억이 다 다를 거다. 공연을 어떠한 콘셉트로 하겠다고 정해놓으면 답을 주고 시험을 보는 느낌이 들지 않을까"라면서 "위로나 감동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 주는 게 아닌, 평평한 곳에서 같이 느끼는 거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가수 정준일 /사진=OOAS 제공

가수 정준일 /사진=OOAS 제공

정준일에게 피아노, 여름, 목소리는 각각 어떤 의미를 지닌 단어들인지 물었다.

그러자 "피아노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악기"라고 답했고, "여름은 내게 한 해를 시작하는 느낌"이라고 했다.

목소리에 대해서는 가장 길게 설명했다. 정준일은 '오징어게임' 음악감독이었던 정재일을 언급하며 "형이 되게 많은 악기를 다루는데, 그중 뭐가 가장 좋냐고 물으니 본인은 노래할 수 있는 재능을 주면 악기들을 다 포기할 정도로 노래가 최고의 악기라고 생각한다더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당시에는 그 말이 와닿지 않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목소리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 스스로 자신감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 목소리의 힘이야말로 관객들이 정준일의 공연을 꾸준히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해 진행한 소극장 콘서트 '피아노 겨울 90분'은 티켓 오픈 5분 만에 8회 공연이 전석 매진을 기록했으며, 대중음악 1석~300석 미만 시설 규모 티켓 판매액 전체 2위에 오르기도 했다.

정준일은 "올해 마흔 네살이니까 어떻게 보면 전성기를 넘긴 것"이라면서 "작게라도 성과가 있다는 건 내게 큰 의미"라며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같은 시간과 공간 안에서 무언가를 느낄 수 있다는 건 살아 있다는 거잖아요. '좋고 멋있다', '노래 잘한다' 등의 피상적인 걸로 끝나지 않았으면 합니다. 잊고 있었던 감각이나 감정, 기억을 연결해주는 매개의 역할로서 제 음악이 존재하길 바랍니다."

가수 정준일 /사진=OOAS 제공

가수 정준일 /사진=OOAS 제공

'첫눈', '고백', '바램' 등 다수의 대표곡을 보유하고 있는 그가 현재 가장 큰 애정을 가진 곡은 '안아줘'였다. 한때는 그만 부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세대와 시대를 초월해서 사랑받는 곡은 '안아줘'가 유일하다"고 했다.

정준일은 "곡이 나온 지 십년이 훌쩍 넘었는데도 곡이 계속 살아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소라 '바람이 분다', 김동률 '기억의 습작'처럼 오랜 시간 같은 밀도로 사랑받을 수 있는 곡이 생겼다는 건 가수에게, 곡을 쓰는 사람에게 축복"이라고 덧붙였다.

낮은 채도의 조명, 차분한 무드, 심연을 건드는 곡의 무게감까지 정준일 하면 떠오르는 분위기는 어느 정도 고정되어 있다. 그러나 이번 여름 공연에서는 "조금 밝은 노래들을 한다"고 귀띔한 그였다. 이는 현재 자신의 상황과도 일부 맞닿아 있는 부분이었다. 실제로 정준일은 인터뷰 직전 절친한 사이인 배우 김무열이 '참교육'으로 크게 성공해 배가 아프다며 장난스럽게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지난 3월에는 임헌일과 함께 메이트로 페스티벌 무대에 올라 12년 만에 공연하는 등 신선한 환기도 있었다.

2009년 밴드 메이트로 데뷔해 어느덧 데뷔 18년차. 정준일은 "한해 한해 더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라며 긍정적인 목표를 밝혔다. 그는 "관객분들이 나를 잊는 속도가 느려졌으면 좋겠다"면서 "예전에 중요하게 생각했던 음악적 성취보다 이제는 그동안 해왔던 것들을 어떻게 잘 들려드릴 수 있을지를 더 고민하는 시기다. 과거만큼 창작의 욕구가 막 뜨겁진 않지만, 대신 과거에 해온 걸 조금 더 밀도 있는 라이브로 들려드리는 것에 집중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시대가 계속 절 원했으면 좋겠습니다. 전 음악 말고 다른 건 별로 사랑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계속 노래하고 싶다' 이게 가장 큰 명제인 것 같아요."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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