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과 조기 대선 국면 속에서 대학 총학생회들이 ‘정치적 중립’을 둘러싸고 진통을 겪고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치적 긴장이 대학가로 번지면서, 일부 총학생회는 ‘정치색 논란’이 있는 연합 단체를 탈퇴하거나 ‘대선 특별위원회’를 꾸리는 등 갈등을 차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서울대 총학 ‘한동훈·김동연 참석 포럼’ 불참…한국외대 총학 ‘연합단체 탈퇴’
서울대학교 졸업생들이 24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정문 앞에서 2023년 서울대학교 제77회 학위수여식을 앞두고 가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3.02.24. 서울=뉴시스
지난달 중순, 서울대 총학생회는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와 김동연 경기도지사 등 정치인이 연사로 참여하는 포럼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총학생회 내부에서 “행사 참석이 정치적 입장을 표명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서울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교내에서 탄핵 찬반 맞불 집회 등 갈등이 표출된 상황에서 총학생회가 정치적 활동에 직접 나서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해당 포럼에는 현재 고려대, 서강대, 연세대, 이화여대, 한국외대, DGIST, GIST, KAIST, POSTECH 등 9개 대학 총학생회가 참여하고 있다.서울대 총학은 대신 ‘대선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학내 의견을 정치권에 전달하겠다는 방침이다. 외부 활동은 자제하고, 자체적으로 관련 의제를 발굴해 학생들의 목소리를 수렴하겠다는 것이다. 서울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6일 위원회를 구성했다”며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객관적이고 체계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8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학교 정문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시국선언 뒤로 탄핵 촉구 측 손팻말이 보이고 있다. 2025.02.28. 서울=뉴시스
28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학교 정문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집회가 동시에 열리고 있다. 2025.02.28. 서울=뉴시스
연합단체에서 탈퇴하는 사례도 나왔다. 한국외국어대 총학생회는 10일, 전국 27개 단위 총학생회가 소속된 A 연합단체에서 탈퇴하기로 의결했다. 해당 단체가 주로 진보 성향 단체들과 협력해 온 점이 논란이 됐다. 학생총회에서는 “해당 단체의 행보를 고려했을 때 정치적 중립성을 온전히 지키기 어려울 것 같다” “정치적 성향이 드러나는 단체에 가입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등 의견이 제시됐다.
●정치 갈등 과열에 학생회 간부 뭇매도…“청년 정치 참여 위축 지양해야”
총학생회에 대한 ‘정치적 중립’ 요구가 과열되면서, 학생 개인이 과도한 비난을 받는 사례도 나타났다. 12일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중앙대 교내 패스트푸드점에서 진행한 청년 간담회에 참석한 B씨가 학생회 간부라는 이유로 논란의 대상이 된 것이다. 중앙대 커뮤니티에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을 반대한 정치인 행사에 학생회 간부가 참석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반면 “학생회 차원이 아닌 개인 자격의 참여이며,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는 반론도 나왔다.전문가들은 총학생회가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공감하면서도, 청년 정치 참여 자체가 위축되는 상황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태형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총학생회는 학생들의 직접 선거로 선출된 대표 단체”라며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하는 건 총학생회의 역할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은경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총학생회가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한다는 방침은 존중하나, 그렇다고 개개인의 의사 표현이나 정치 참여가 원천 차단되는 상황은 옳지 않다”며 “개인이 자의적으로 단체를 표방해선 안 되겠지만, 청년 정치 참여 활성화 또한 중요한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