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1거래소-1은행 폐지" 나왔지만…신중한 금융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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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민주 기자] 정치권이 가상자산 ‘1거래소-1은행 폐지’를 위해 잇따라 법안을 발의하고 있다. 정치권은 가상자산시장 발전과 소비자 선택의 자유를 가로막는 낡은 제도라는 의견을 내고 있다. ‘1거래소-1은행’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만 시행 중이다. 한때 금융당국도 글로벌 흐름에 따라 완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하지만 최근 발생한 거래소 사고에 다시 신중모드로 돌아선 것으로 분석된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9일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며 ‘1거래소-1은행’ 원칙을 폐기하자는 내용도 함께 발표했다. 개정안은 정무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 등 9명이 공동 발의했다.

1거래소-1은행 제도는 가상자산 거래소 한 곳이 특정 은행 한 곳의 계좌만 연동할 수 있게 한 규제다. 계좌 관리를 용이하게 하고 자금세탁 등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 2021년 도입됐다. 가상자산 관련 보호장치가 부족했던 당시에는 현실적인 대안이었다. 이후 자금세탁 등을 규제할 특금법 개정안(2021년),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2024년) 등 법적 장치가 순차 도입되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유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관련업계에서 이어졌다. 보호장치가 오히려 시장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라는 의견이었다.

은행 한 곳으로 한정하다 보니 투자자 선택권이 제한된다는 것이다. 거래소들은 제휴 계좌 은행 외 다른 은행 고객들을 유치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불만도 나왔다. 중소형 거래소와 제휴할 경우 대형 거래소와의 제휴가 불가능해 은행들이 중소형 거래소를 꺼리기도 했다. 대형 거래소와 거래하는 은행은 거래소 의존도가 높아지고 리스크가 터질 경우 타격도 크게 입을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김 의원도 이 같은 부작용에 동의하며 1거래소-1은행을 ‘그림자 규제’라고 정의했다. 1거래소-1은행 원칙을 고수하는 건 우리나라뿐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싱가포르 등은 거래소와 제휴하는 은행 수를 제한하지 않는다. 폐지 의견은 지난해 은행권에서도 터져 나왔다. 국회 정무위도 수시로 1거래소-1은행 폐지 의견을 주고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당국도 이런 분위기를 감지하고 있었다. 지난해 하반기 “은행과 거래소 등 업계 의견도 찬성과 반대가 있는데 자금세탁 방지와 자율경쟁과의 조화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면서 “(1거래소-1은행) 체제 완화 시점이 언제가 좋을지 보고 있다”는 입장이 나오기도 했었다.

하지만 최근 발생한 거래소 사고로 금융당국은 다시 경계태세를 강화했다. 금융당국은 “거래소 내부 통제 시스템과 조직 문화 전반에 걸쳐 근본적인 개편이 불가피하다”고 못 박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규제 완화보다는 관리감독 강화에 방점을 둔 발언”이라면서 “정치권이 움직여도 금융당국은 사고 예방을 더 중요시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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