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 무대의상 72시간 완판…K팝을 수익 공식으로 바꾼 기업[VC 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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⑪패션 테크 스타트업 ''킨도프''…블루포인트 등 26억 투자
퀀트 헤지펀드 출신 김선빈 대표, K팝 무대의상 시장 공략
"K팝 문화 자산을 수익으로"…창업 첫 해부터 흑자
데이터·AI로 패션 제조 혁신, 무신사 데님 1위까지

  • 등록 2026-05-09 오전 11:00:06

    수정 2026-05-09 오전 11:00:06

[이데일리 마켓in 송승현 기자] 블랙핑크 제니가 도쿄돔 단독 공연 무대에 오른 순간, 그 의상을 만든 회사의 상품은 72시간 만에 전량 소진됐다. 그 의상을 만든 주인공은 K-패션 테크 스타트업 킨도프(Kyndof)다.

9일 벤처캐피탈(VC) 업계에 따르면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복수의 VC 등과 함께 킨도프 시드 라운드에 총 26억원을 투자했다. 2025년 TIPS 글로벌 트랙으로 12억원을 추가 확보해 총 조달액은 38억원에 이른다.

킨도프 창업자 김선빈 대표는 패션 업계 출신이 아니다. 밀레니엄 파트너스(Millennium Partners), 투 시그마(Two Sigma) 등 세계 최상위 퀀트 헤지펀드를 거친 통계학 전공자이자 IT 스타트업 창업 경험자다. 그가 패션을 선택한 이유는 구조적 비효율이 가장 심한 산업에서 데이터 시스템으로 경쟁 우위를 만들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수학자·물리학자로 월가의 판을 바꾼 퀀트 헤지펀드인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스처럼, 스스로를 "패션의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스"라고 칭하는 배경이다.

주목할 점은 킨도프가 공략한 시장의 구조적 공백이다. K-팝 팬덤이 스타의 무대의상을 원한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지만 공급 인프라 부재로 산업화되지 못했다. 국내 무대의상 제작 시장은 1~2인 규모의 영세 샘플실이 지배하고 있었고, 점유율 1% 이상을 차지한 업체가 단 하나도 없었다. 엔터사의 의상 크레딧 비공개 관행까지 더해지면서 스타 착장에서 소비자 구매로 이어지는 경로 자체가 막혀 있었다.

킨도프는 이 두 가지 공백을 동시에 공략했다. 인공지능(AI) 기반 디자인 시스템으로 커뮤니케이션 시간을 기존 20시간에서 4시간으로 줄였다. 또 야간 봉제사 풀과 주말 가동 공장 라인을 내재화해 1주일 납기 공급망을 구축했다. 크레딧 노출과 소셜미디어 바이럴 구조 설계로 수요 연결 문제를 풀었다. 블랙핑크 바이럴 프로젝트 한 건에서 발생한 거래액은 1억8600만원, 판매 건수는 1816건이었다.

사업 구조는 두 축으로 짜여 있다. 고급 무대의상 제작 브랜드 '2000아뜰리에'(B2B)와 리테일 패션 브랜드 '2000아카이브스'(B2C)다. 탑스타가 무대에서 의상을 착용하면 팬덤이 콘텐츠를 자발적으로 확산하고, 리테일 운영에서 쌓인 수요·핏·상품 데이터는 다시 제조와 샘플링 고도화로 환류된다. 두 사업이 데이터와 레퍼런스를 주고받으며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다. 블랙핑크·에스파·르세라핌·아이브를 비롯해 SM·YG·HYBE 등 주요 기획사와 협업 관계를 구축했으며, 2026년 2월에는 무신사 데님 카테고리 전체 1위를 기록했다.

성과는 숫자로 확인된다. 연매출은 2023년 8억원에서 2024년 19억원, 2025년 37억원 이상으로 매년 두 배 이상 성장했다. 영업이익률은 18% 안팎으로 창업 첫 해부터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7인 조직에서 1인당 연간 5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압도적인 인당 생산성이다. 2026년 1~2월 아카이브스 부문은 전년 동월 대비 6배 성장했다.

킨도프의 장기 목표는 'K-스타일을 대표하는 종합 브랜드 하우스'다. 스페인에 자라(Zara), 일본에 유니클로가 있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는 아직 없다. 패션에서 시작해 뷰티·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확장하는 한국판 LVMH 모델이다. 인스타그램 Kfashion 해시태그가 2020년 120만 건에서 2024년 2400만 건으로 20배 늘어나는 동안 K-팝 스타일을 대표하는 글로벌 브랜드는 아직 탄생하지 않았다.

류고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수석심사역은 "킨도프는 K-팝이라는 글로벌 문화 자산을 수익으로 전환하는 독보적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며 "데이터 기반 운영체계와 AI를 접목해 패션산업의 구조적 혁신을 이끌 것"이라고 평가했다.

킨도프 창업자 김선빈 대표. (사진=블루포인트파트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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