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최고경영자(CEO) 브랜딩’
숨 돌릴 틈 없이 이어진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먹방 쇼’가 국내 재계에 던진 화두다. 황 CEO는 국내 총수들과 둥글게 둘러 앉아 서민 음식을 즐기며 ‘엔비디아 생태계’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했다. 화려한 의전이 아닌 소탈한 행보의 효과가 더 크다는 점을 확인하면서, 총수들이 직접 전면에 나서는 CEO 브랜딩에 대한 재계의 고민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황 CEO는 닷새간의 방한 일정을 마치고 9일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출국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에는 로봇공학과 인공지능(AI) 인프라 분야에 정말 큰 기회가 있다”며 “한국 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해외 사업을 확장할 기회도 크다”고 말했다.
황 CEO가 방한 후 만난 인사들은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비롯해 은둔의 경영자로 불려온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 등이다. 황 CEO는 앞으로 ‘돈 되는’ AI의 방향성을 피지컬 AI로 꼽고 있는데, 이는 지금보다 더 깊고 넓은 생태계를 필요로 한다. 이 때문에 엔비디아는 중국을 제외한 나라 중 제조 기술력이 가장 뛰어난 한국과 손을 잡았고, 출국 직전까지 이를 재차 강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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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이미나 기자) |
주목할 점은 황 CEO가 이를 풀어낸 방식이다. 황 CEO는 국내 총수들을 한데 불러다가 삼겹살, 치킨, 김치말이 국수 등 일반 대중에 친숙한 음식을 먹었다. 자신이 ‘홍보모델’로 직접 나서는 CEO 브랜딩 전략에 주요 파트너사 총수들을 끌어내고 대중의 이목을 끄는 식으로 이른바 ‘락인 효과’(Lock-in Effect·특정 기술·제품에 익숙해지면 이후 더 나은 대안이 나와도 쉽게 바꾸지 못하는 현상)를 노린 것이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엔비디아의 피지컬 AI 플랫폼 ‘옴니버스(Omniverse) 생태계’를 구축했다는 의미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황 CEO는 이전에도 우리에겐 생소한 이같은 고도의 전략을 많이 썼다”고 했다.
CEO 브랜딩은 해외에서는 그리 낯설지 않다.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우주선 비행에 직접 몸을 싣는 등 각종 기행을 통해 도전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심은 ‘괴짜 CEO’의 원조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스티브 잡스 전 애플 CEO 역시 마찬가지다. 총수들의 주요 사업 동선이 베일에 가려진 한국 재계와는 분위기 자체가 다르다.
재계 한 고위인사는 “산업간 경계가 사라진 AI 시대 들어 큰 그림을 그리는 재계 총수들의 역할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각 그룹들은 총수가 직접 나서 기업 혁신성을 어필하는 CEO 브랜딩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7 hou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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