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경 미래에셋 AI금융공학운용부문 대표
수학과 졸업 후 2001년 입사
금융공학 1세대 ‘20년 외길’
“펀드 수익률보다 중요한 건
투자자 실질수익…괴리 메워야”
“펀드 수익률과 투자자가 실제 손에 쥐는 수익률 사이에는 분명한 괴리가 있습니다. 운용역의 역할은 상승장에서의 ‘아웃퍼폼’(시장 수익률 상회)만큼이나, 하락장에서의 ‘언더퍼폼’(시장 수익률 하회) 폭을 최소화해 투자자가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돈을 벌게 만드는 ‘관리’에 있습니다.”
이현경 미래에셋자산운용 AI금융공학운용부문 대표(부사장)는 2001년 미래에셋에 입사해 리스크 컴플라이언스, 채권 시스템 헤지펀드 등을 거치며 20년 넘게 금융공학 외길을 걸어온 베테랑이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직전, 주식형 펀드 매니저들이 소수의 펀드 운용에 집중할 때 그는 다수의 금융공학 상품을 동시에 운용하며 혹독한 시장의 사이클을 견뎌냈다. 이 경험은 그에게 숫자를 넘어선 운용 노하우와 ‘관리의 철학’을 심어주었다.
금융공학 전문가로서 일찍이 인공지능(AI)의 위력을 체감해온 이 부사장이 최근 주목하는 것은 AI만의 ‘냉정 운용’이다. 그는 AI를 실제로 운용해보면 사람보다 훨씬 ‘덜 움직인다’는 점에 주목한다. “사람은 시장의 작은 소음에도 불안해하며 포트폴리오를 만지작거리지만, AI는 미리 설계된 데이터 시그널이 확실해질 때까지 인내합니다. 그래서 회전율이 오히려 사람보다 낮죠.”
하지만 반전은 청산의 순간에 일어난다. “종목을 바꿔야 하거나 청산해야 할 때는 AI가 사람보다 훨씬 단호하고 과감합니다. 인간적인 미련이나 감정을 배제하고 오직 데이터에 근거해 포트폴리오를 통째로 교체하기도 하죠. 평소엔 덜 팔지만, 팔 때는 더 무섭게 파는 것, 이것이 AI 운용의 진정한 강점입니다.”
‘커버드콜’ 선구자…은퇴자엔 월급, 청년엔 장기투자 수단
이 대표는 10조 원 규모의 액티브 주식형 펀드를 운용하는 동시에, 2조 원 규모의 커버드콜 주식혼합형 펀드를 통해 14년간 시장 대비 200%의 초과 수익을 달성했다. 또한, 미국, 글로벌, 중국 등 5조원 이상의 배당 액티브 커버드콜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를 운용 중이다. 그는 2004년부터 펀드 구조화에 뛰어들었으며, 2012년에는 국내 최초로 배당주 커버드콜 펀드를 선보인 선구자다.
그는 커버드콜을 “상승의 일정 부분을 포기하는 대신 인컴(현금) 수익을 확보하는 구조”라고 정의한다. 시장이 10% 오를 때 7%의 수익만 취하는 대신 콜매도 프리미엄을 통해 1~2%의 현금을 더 챙기는 식이다. 최근 유행하는 ‘월 배당’에 대해서도 그는 “분배금은 누구나 줄 수 있지만, 무리하게 높이면 하락장에서도 지급해야 하므로 상승 가능성을 너무 제한하게 된다”며 단순한 분배금 수치보다 ‘특별 분배금’ 개념 등 운용의 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보는 커버드콜의 가치는 ‘투자 습관의 교정’에 있다. “조금만 오르면 팔아버리는 투자자들에게 프리미엄을 제공함으로써 장기 투자를 가능하게 돕습니다. 은퇴자에겐 월급을, 청년에겐 재투자를 통한 자산 형성의 기회를 제공하는 최적의 상품인 셈이죠.”
경쟁 많아야 시장 커진다…데이터 경쟁력, 미래에셋 독보적
AI 시대, 운용 노하우의 장점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 대표는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결국 AI의 성패는 양질의 데이터에 달려 있습니다. 지난 20여년간 AI가 즉시 학습할 수 있는 형태의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해온 곳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유일합니다.” 알고리즘이 같아도 어떤 데이터를 학습시키고 시장의 맥락(도메인 지식)을 어떻게 녹여내느냐에 따라 결과는 천차만별이라고 설명한다.
동시에 그는 시장의 파이를 키우기 위해선 ‘경쟁자’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경쟁자들이 많이 나타나야 금융공학 시장이 일반화되고 투자자들의 이해도가 높아져 생태계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는 철학이다.
이 대표는 과거 전문가의 영역이었던 ‘퀀트(Quant)’가 데이터와 컴퓨팅 기술의 발전으로 ‘AI 운용’이라는 더 대중적이고 정교한 개념으로 진화했다고 본다. 실제로 거대언어모델(LLM)을 통해 과거 분석이 어려웠던 업체의 가치 평가 등도 수행하고 있다.
향후 계획과 관련해 그는 “ETF 플랫폼을 통해 그동안 운용이 검증되어 온 코스피200 기반 상품과 미국 커버드콜액티브 상품 등을 선보일 계획” 이라며 “AI를 활용한 운용도 지속해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의도란도란’은 매주 주말, 금융투자업계 인물을 조명하는 매일경제 증권부의 온라인 기획 연재물입니다. 시장을 움직이는 결정의 순간부터 잘 드러나지 않았던 업계 뒷이야기까지, 사람을 중심으로 자본시장 흐름을 풀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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