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복 ‘무한화서’ 중
머리맡에 두고 읽는 시론집 ‘무한화서’의 문장은 ‘좋은 게 좋은 거다’는 세속의 상투어와 거리가 있다. 더 크고 정밀하게, 더 온화하고 날카롭게 세상을 대하는 수련의 차원에서 솟은 말이다.
글을 책으로 만드는 출판인으로서, 매 순간 선택을 해야 한다. 원고의 장점을 먼저 보고, 그 장점을 가릴 단점을 덜어내는 게 업무다. 단점을 보기 시작하면 내 발에 걸려 넘어지는 꼴이다. 그 선택의 기준과 감각을 터득하기 위해 세상의 책을 읽는다. 책의 지혜는 내가 무언가를 선택하는 순간에 드러나기도 한다. 지혜의 불꽃이 점화되고 연소되면서 스스로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만든다고 믿는다. 시인의 목소리는 아득해져도 책의 문장은 갈수록 선명하다. 역시 좋은 점이 보인다.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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