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강화에 시중 문턱 쑥…자금 수요 이동
카드론·대부업 비중 확대 ‘양극화 심화’
“상환능력·목적 반영한 관리 체계 전환해야”
가계대출 규제 강화 여파로 시중은행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차주들의 수요가 이외 금융사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현실화되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주요 시중은행들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규제를 강화하면서 신규 주담대 취급이 까다로워졌고, 이에 따라 시중은행 대비 상대적으로 규제 강도가 낮은 금융사로 수요가 분산되고 있다. 특히 중·저신용자를 중심으로 대출 이동이 두드러진다.
지난 3월 말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767조6781억원에서 765조7290억원으로 1조9491억원 줄었다.
특히 중·저신용자를 중심으로 대출 이동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민금융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KCB 기준 신용평점 하위 20%에 해당하는 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공급액은 30조원으로, 전년보다 11.0% 감소했다.
이 기간 전체 신용대출 공급액 감소폭이 9.1%인 것을 감안하면 저신용자의 신용대출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이는 금융사들이 강화된 대출규제에 맞춰 총량관리에 집중 나서면서 상대적으로 연체 우려가 높은 저신용자의 신용대출을 옥죈 영향으로 풀이된다.
금융권에선 이러한 현상은 더욱 고착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하반기 정부의 부동산 대책 이후 시중은행의 대출 문턱이 크게 높아진 가운데, 올해는 사실상 대출을 받기 더욱 까다로운 환경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최근 은행들은 연초 예상했던 가계대출 증가율(약 2%)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총량 관리에 나서고 있다.
한 국내 시중은행은 최근 금융당국과 협의를 거쳐 올해 가계대출(정책대출 제외) 증가율 목표를 0.7%로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잔액에 이 수치를 적용하면, 올해 추가로 늘릴 수 있는 가계대출 규모는 약 8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이 은행은 지난해 총량 목표를 충족해 별도의 감액 페널티가 없음에도 증가율이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낮췄단 점에서, 다른 은행들 역시 가계대출 목표치를 잇달아 하향 조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시중은행서 퇴짜맞고 2금융으로”…취약차주 고금리로 내쫓는 악순환 우려
시중은행 대출 잔액이 빠르게 줄고 있는 반면 중저신용자 특화 성격을 띄고 있는 인뱅을 비롯해 상대적으로 문턱이 낮은 2금융권, 대부업 등의 대출 잔액은 오히려 늘고 있다.
지난 3월 말 3사(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의 가계대출 잔액은 74조428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5551억원 증가해 시중은행과 대조를 이뤘다.
법정 최고금리(연 최고 20%)에 가까운 대부업의 저신용자 대출 공급액은 지난해 1조7000억원으로 3000억원 뛰었다.
저신용자 신용대출 공급액 중 카드론과 대부업 비중이 58.3%로 전년(56%)보다 2.3%포인트 증가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시중은행 대출 진입장벽이 높아져 상호금융권으로 대출 수요가 쏠리고, 이에 따라 향후 상호금융의 대출 문턱까지 높아질 시 부정적 나비효과가 파생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금융에서 마저 기존보다 우량한 신용을 지닌 차주 위주로 대출이 공급된다면 결국 중저신용자들은 대부업 등으로 밀려날 것이란 지적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결국 규제 강화가 취약 차주의 고금리 대출 의존도를 높이는 역설적인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과 함께 상환능력과 목적을 세밀화한 수요 관리 체계를 재정립해야 한단 조언이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행 가계대출 규제는 총량 억제에는 효과가 있지만, 수요를 비제도권으로 밀어내며 금융시장 왜곡과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고 본다”면서 “앞으로는 획일적 규제에서 벗어나 차주의 상환능력과 대출 목적을 반영한 정밀한 수요 관리 체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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