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한도 6억 시대…대출 전략 다시 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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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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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한층 강력해진 가계부채 대책을 내놓으면서 수도권·규제지역의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최대 6억원으로 묶였다.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던 정책자금 대출의 한도까지 축소됐다. 정부가 본격적으로 가계대출 잡기에 나서면서 은행권 대출 문턱도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들은 이미 정부의 주문에 맞춰 만기 축소와 금리 조정 등 간접적인 대출 억제 방안을 동원해왔다. 정부의 규제 내용과 자신의 소득, 재무 상태 등을 면밀히 점검해야 최상의 대출 전략을 짤 수 있을 전망이다.

◇신생아 특례마저 한도 축소

주담대 한도 6억 시대…대출 전략 다시 짜라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은 수도권·규제지역에 있는 집을 사는 사람의 주담대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만기도 최장 30년으로 축소됐다. 대출 만기가 짧아지면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감소해 DSR 기준에서 빌릴 수 있는 자금이 줄어든다. 얼마 전까진 나이 등 조건에 따라 50년 만기 주담대도 가능했다.

생활 안정 자금 목적의 주담대 한도도 최대 1억원으로 제한됐다. 주택을 2가구 이상 보유하면 이 같은 대출이 불가능하다. 생애 최초 주담대에 적용하는 담보인정비율(LTV)의 상한도 기존 80%에서 70%로 변경됐다.

이달부터 적용된 3단계 스트레스 DSR보다도 한층 강력한 규제다. 3단계 스트레스 DSR만 적용하면 주담대 한도는 기존보다 최대 3300만원 감소하지만, 소득 수준과 금리 유형에 따라 6억원 이상을 빌리는 것도 가능했다. 예컨대 연소득 1억원인 사람은 연 4.2% 금리(30년 만기)로 수도권에서 주기형 주담대를 받으면 6억3500만원까지 조달할 수 있다. 이제는 아무리 많아야 6억원이다.

정부 규제의 ‘무풍지대’로 여겨지던 정책자금 대출의 한도까지 줄었다. 모든 지역에서 디딤돌 대출의 한도가 최대 1억원 축소됐다. 평가액이 9억원 이하 주택(전용면적 85㎡)을 담보로 삼을 수 있는 ‘신생아 특례’의 한도가 5억원에서 4억원으로 줄었다. 신혼부부 특례는 4억원에서 3억2000만원, 생애 최초 특례는 3억원에서 2억4000만원으로 축소됐다. 일반 디딤돌 대출의 한도는 2억5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조정됐다.

주택 매수자가 전세보증금으로 매매대금(분양자금 포함)을 지급할 때 자금 조달 수단으로 활용하던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도 수도권에서 전면 금지됐다. 이전보다 갭투자(전세 끼고 구입)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한도 축소로 못 빌리게 된 금액만큼 ‘마이너스통장’으로 조달하는 방법을 떠올릴 수 있지만 신용대출에도 제약이 걸렸다. 이제는 연소득 수준까지만 빌릴 수 있다. 은행들은 이전까진 자율적으로 연소득의 두 배 이하로 신용대출을 내줬다.

◇문턱 높이는 은행들

은행들도 정부 기조에 맞춰 대출 조건을 바꾸고 있다. 농협은행은 지난달 주담대 갈아타기와 주담대를 받을 때 가입하는 모기지신용보험 및 모기지신용보증 신청을 당분간 받지 않기로 했다. 두 상품에 가입하지 않으면 소액 임차보증금을 뺀 금액만 대출할 수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대출 한도가 감소한다. 주담대 우대금리(0.2%포인트) 요건도 까다롭게 변경했다. 기존에는 LTV가 40% 이하면 가능했지만, 이제는 ‘30% 이하’여야 한다.

가산금리를 높인 은행도 있다. 국민은행(주기형·혼합형 0.17%포인트)과 케이뱅크(주기형 0.29%포인트)는 지난달 초 나란히 주담대 가산금리를 올렸다. 우리은행도 지난 5월 변동금리형과 주기형 주담대 금리를 0.06%포인트 높였다.

모집인을 통한 대출 접수에 제약을 건 사례도 있다. 신한은행은 이달부터 수도권 주택 구입에 한해 모집인을 통한 주담대 신청을 받지 않기로 했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말부터 모집인이 취급하는 신규 주담대 물량에 한도를 설정해놨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전방위적 규제로 자신에게 유리한 대출 조건을 선별하는 게 더욱 중요해졌다고 조언했다. 6억원 미만을 빌리더라도 주담대 최장 만기가 30년으로 제한된 만큼 예상보다 대출금액이 적을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포털 ‘파인’에서 소득, 만기, 기존 대출 정보를 입력하면 예상 DSR 수치를 확인할 수 있다.

이자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대체로 비대면 대출의 금리가 낮지만, 은행에 따라 대면 상품의 금리가 더 낮은 경우도 있다. 향후 시장금리의 움직임도 지켜봐야 할 요인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내리거나 대출 가산금리 인하 내용을 담은 은행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주담대 이자 부담이 다소 줄어들 수도 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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