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도 부가세 대리납부제 적용하라"…감사원 권고에 재경부 '부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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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흥업 도입 후 체납률 41.3%→2.0%
체납률 16%인 주유소업 확대 적용 권고
재경부, 자금 유동성 애로 등 우려
"현금결제 유도 등 부작용 더 클 것"

  • 등록 2026-02-24 오전 5:05:02

    수정 2026-02-24 오전 5:05:02

[세종=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신용카드사가 유흥주점 등에 지급할 카드 정산대금 중 부가가치세를 대신 납부하는 ‘부가세 대리납부제’를 주유소 등으로 확대하라고 감사원이 권고하며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주무부처인 재정경제부는 부가세 대리납부제를 확대하면 영세사업자의 유동성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고, 전문가들 역시 현금결제 유도와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우려를 나타내면서다.

서울 시내의 주유소 모습.(사진=연합뉴스)

◇감사원 “부가세 대리납부제 효과 검증…체납률 낮춰야”

23일 관가에 따르면 감사원은 기관별 감사를 통해 재경부에 ‘부가세 대리납부제 적용 업종 확대 필요’란 제목의 결과서를 보냈다.

부가세 대리납부제는 신용카드사가 사업자의 카드 정산대금 중 부가가치세를 대신 국세청에 납부하고 나머지 금액을 정산하는 제도다. 지난 2019년 체납률이 높은 유흥주점업종에 도입됐다.

통상 부가세 납부는 소비자가 사업자에 재화나 용역 가액에 부가세(결제액 10%)를 더해 지급하면, 사업자는 분기별 또는 연 2차례 부가세를 국세청에 자진 신고·납부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3~6개월의 시차가 발생하는데, 대리납부제를 적용하면 신용카드사가 사업자를 대신해 미리 납부하기 때문에 체납을 방지할 수 있다.

부가세 대리납부제가 체납률을 낮추는 효과는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감사원에 따르면 유흥주점업의 부가세 체납률은 대리납부제 도입 전인 2018년 41.3%에서 2022년 2.0%로 급감했다.

감사원은 “대리납부제의 취지가 체납을 사전에 차단하는 데 있고, 그 효과성이 입증됐다”며 “적용 업종을 중장기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감사원이 부가세 대리납부제를 확대하라 권고하고 나선 것은 체납액 중 부가세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2024년 국세체납발생액 24조 2112억원 중 약 47%(11조 3687)를 부가세가 차지하고 있다. 소득세, 법인세와 함께 3대 국세로 불리지만 체납액이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셈이다. 체납액 중 소득세와 법인세의 비중은 각각 24.4%, 10%다.

◇주유소업 체납률 가장 높아…재경부 “성실세납자 유동성 부족 우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감사원이 부가세 대리납부제 확대 업종으로 지적한 주유소업은 체납률 상위 5개(주유소·양식·한식·슈퍼마켓·호텔업) 업종 중에서도 체납률이 높은 것으로 손꼽힌다. 2024년 3월 기준 주유소업의 체납률은 15.8%다. 나머지 업종의 부가세 체납률이 7% 미만임을 고려하면 두 배 수준인 셈이다. 또한 기준 누계체납액(5375억원)도 연간 징수결제액(2430억원)과 비교해 2배 이상 높다.

감사원은 주유소업의 신용카드 매출비중이 69.5%로 전체 업종의 평균(11.0%)보다 높고, 사업자 수가 2만 2525명으로 유흥주점업 사업자 수(4만 6091명)보다 적어 시스템 구축비, 행정비용 등 직간접 비용이 적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특히 감사원은 주유소업의 체납액 징수가 저조한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고액상습체납자 중 한 명인 A씨는 2022년 2월 16일부터 2023년 3월 23일까지 5개의 주유소를 평균 188일간 영업하면서 부가세를 무신고 후 폐업해 10억 2000만원의 부가세를 체납했다. 국세청이 A씨처럼 ‘먹튀주유소’ 사업자를 선정해 세무조사를 실시했지만, 최근 5년(2019~2023년)간 부과된 연평균 부가세 144억원 중 추징·납부된 세액은 연평균 9900만원(징수율 연평균 0.7%)에 그쳤다.

감사원의 이 같은 의견과 달리 재경부는 대리납부제 확대를 두고 부정적인 입장이다. 부가세를 체납하는 15.8% 때문에 자칫 나머지 성실납세자들이 자금유동성 부족 문제를 겪을 수 있다는 이유다.

현 제도에서는 최대 6개월간 부가세를 내지 않고 자금을 운용할 수 있지만, 대리납부제를 적용하면 부가세 만큼 현금이 줄어 자금 운용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대리납부제를 확대하려면 신용카드사의 관련 인력과 시스템 운영 등의 협조가 필요한데, 비용이 발생하는 일이다 보니 협의가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현금 거래를 유도하는 사례가 늘어 과세표준 양성화를 저해할 수 있다며 확대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전기차 등 친환경차 증가로 경영난이 심화한 주유소업에 적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대리납부제를 확대 적용하게 되면 현금결제 유도 등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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