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폐업' 비명 들리던 곳이…뜻밖의 수요 폭발에 '대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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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서울 종로3가 피카디리귀금속도매상가 3층. 한참 제품을 살펴보고 가격을 따져보던 60대 김모 씨는 “인플레이션을 방어할 수 있는 금을 사려고 했는데 너무 비싸 은이라도 사서 저축해볼까 싶어 나왔다”고 말했다. 귀금속 거래 프랜차이즈 ‘한국금거래소’의 종로 본점을 찾은 한 고객은 4000만원 상당의 금을 팔고 은 400만원어치를 샀다. 이날 종로 귀금속 거리에는 팔찌나 반지를 착용해 보고 금·은을 사려는 방문객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줄폐업' 비명 들리던 곳이…뜻밖의 수요 폭발에 '대반전'

금·은이 인기를 끌면서 코로나19 이후 줄었던 금은방이 늘고 있다. 금·은 실물 수입액과 투자상품 판매액도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끊이지 않는 전쟁 속에 안전자산인 금이 인플레이션에 대응할 수 있는 투자 수단으로 각광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활기 찾은 종로 귀금속 상가

15일 국세청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전국 시계·귀금속 사업체 수는 8706개로 집계를 시작한 2017년 후 가장 많았다. 시계·귀금속 사업체 수는 팬데믹 직후인 2020년에 줄어든 뒤 계속 늘고 있다. 2024년부터 올 3월까지 2년여간 176곳이 새로 문을 열었다. 5일에 한 곳씩 개업한 셈이다.

귀금속 거리로 유명한 종로를 중심으로 서울에 새 사업체가 많이 생겼다. 2020년 1918개인 서울 시계·귀금속 사업체 수는 지난해 처음 2000개를 넘은 데 이어 올 3월엔 2018개로 많아졌다.

매출도 증가하는 추세다. 사업체가 몰려있는 서울 종로구 귀금속 업체의 연 평균 매출은 2024년 1억2346만원으로 1년 전보다 20% 이상 증가했다. 한국금거래소 가맹점 수도 2023년까지 97곳으로 정체 상태를 보이다 2년 간 20% 가량 늘었다. 이달에만 3곳이 새로 문을 열었다.

금·은 수입 규모 역시 사상 최대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금 수입액은 76억9737만달러(약 11조원)로 외환위기 때인 1997년(65억1000만달러) 수준을 넘어섰다.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이어진 투자 열기로 시중은행에 골드·실버바 등을 납품하는 한국조폐공사는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인 639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26.2% 증가한 수치다.

◇예물보다 투자 수요 더 많아

금을 사려는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 결혼 예물이나 돌잔치용보다는 투자 및 증여용으로 금을 구입하려는 이가 더 많다. 3세 자녀를 둔 김모 씨(38)는 “아이가 성인이 될 때쯤엔 화폐가치가 더 떨어질 것 같다”며 “주식은 증여 한도가 있어 가치가 안정적인 금을 소량씩 아이 앞으로 모아 현재 50돈 정도를 모아뒀다”고 했다.

금값이 치솟자 가격 부담이 덜한 은이 대체재로 뜨고 있다. 국제 금 가격은 은 가격의 50~60배 수준이다. 금 한 덩이를 살 돈으로 은 60덩이까지 구입할 수 있다. 은은 반도체·태양광·전기차 등 첨단산업 소재로도 쓰여 산업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금이 산업용으로 쓰이는 비중이 10% 안팎인 것과 대조적이다.

수요에 비해 공급은 턱없이 부족하다. 귀금속 가공에 시간이 오래 걸려 단기적으로 공급을 늘리기 어려워서다. 한국금거래소 관계자는 “원재료를 수입해도 국내 정제·가공 라인이 지난해 10월 폭증한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다”며 “그나마 최근에 국내 귀금속 생산 라인이 늘어나 이전에 비해 가공 속도가 빨라졌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10월 재고 부족으로 실버바 판매를 중단한 은행권도 지난달 신한·농협은행을 시작으로 판매를 재개했다.

견조한 수요 덕에 금·은 가격이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연초 트로이온스당 120달러까지 치솟은 은값은 지난 1월 케빈 워시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이사가 차기 Fed 의장에 지명된 직후 70달러대 초반까지 급락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가 풀리면 지난 3월 이후 떨어진 금·은과 구리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며 “단기적으로 금과 구리 사이에서 움직이는 은의 가격 변동폭이 가장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유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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