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의 하인같다"…트럼프 무역고문, 영국에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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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이 지난달 30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AP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이 지난달 30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A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주도한 피터 나바로(75)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이 중국을 '흡혈귀'라 부르며 영국과 유럽연합(EU)이 중국으로부터 '피를 빨릴' 위험에 처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바로 고문은 3일(현지시간) 보도된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흡혈귀가 미국 피를 빨아먹지 못한다면, 영국과 EU의 피를 빨아먹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영국을 '중국 공산주의에 순응하는 하인'에 비유하는 등 영국과 중국 관계 개선을 강도 높게 경고했다.

나바로 고문은 "지금은 중국에 대한 노출과 관련해 세계 경제에 매우 위험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최대 사기꾼 중국으로부터 (관세전쟁으로) 공정성을 얻어내려 애쓰는 동안, 영국과 EU는 중국이 그렇지 않았으면 미국에 팔아넘겼을 제품들의 쓰레기장이 되지 않도록 매우 경계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그는 특히 영국이 취약하다고 우려하면서도 통상적으로는 동맹국을 향해 좀처럼 쓰지 않는 자극적인 표현을 사용했다. 나바로 고문은 "솔직히 말해서, 영국은 중국이 소프트파워를 확산하려 제공하는 조건 가득한 선물 때문에 중국 공산당에 지나치게 순응하는 하인이 돼 왔다"고 꼬집었다.

그는 영국 부동산과 인프라에 대한 중국의 투자, 영국 자금 시장에서의 중국이 갖는 영향력에 의구심을 드러내며 "선물을 건네는 권위주의적인 중상주의 정권을 조심하라"고 경고했다. 영국 언론 인터뷰를 통한 이번 발언은 최근 중국과 경제 협력을 모색하고 있는 영국 노동당 정부와 EU의 행보를 의식해 중국에 대한 경계를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경제 성장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뒤 중국과의 '실용적 관계' 구축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외무장관에 이어 올해 1월 재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했고, 지난해 11월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6년 8개월 만에 양국 정상회담도 열렸다.

EU 역시 동맹을 가리지 않는 미국의 관세 폭격 속에 중국과의 협력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경제학자 출신으로 지난 20여년간 미 정가에 중국의 위협을 경고해왔던 나바로 고문은 1기 정부에서부터 트럼프 대통령 곁을 지켜왔다. 그는 트럼프 정부 1기에서 끝까지 살아남은 몇 안 되는 관료 중 한명으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을 맡아 대중국 강경 무역 정책을 이끌었다.

특히 미 하원 '1·6 의사당 폭동' 사태 특위의 소환 요구를 거부해 의회 모독죄로 4개월간 수감되기도 했던 트럼프 충성파로 꼽히며, 2기에서도 강력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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