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폰 '가성비'라더니…줄줄이 '가격 인상' 나선 이유

5 hours ago 2

신흥시장 스마트폰 경쟁 '흔들'
메모리 가격 급등에 전략 변화
중저가폰 물량 공세 전략 '발목'
중국 브랜드 '가격 방어' 시험대
저가폰 출하량 조정·가격 인상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중저가 제품 격전장이었던 신흥시장 스마트폰 판이 흔들리고 있다. 메모리 가격 급등에 따른 후폭풍이 몰아쳐서다. 신흥시장은 중국 브랜드들의 중저가 물량 공세가 끊이지 않던 지역이다. 하지만 이젠 제조원가 부담을 버티면서 가격을 올리지 않고 소비자 이탈을 막아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신흥시장 '생존전략' 재조정…수요 위축 대응

17일 업계에 따르면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최근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생존전략을 다시 짜고 있다. 메모리 가격 급등으로 제조원가 부담이 커진 탓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올 1분기 모바일 D램·낸드 가격이 직전 분기보다 약 90% 오른 것으로 분석했다. 올 2분기엔 30% 추가 상승을 예상했다.

메모리 가격 급등에 따른 스마트폰 수요 위축도 확인됐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1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 감소한 2억8970만대에 그쳤다고 추산했다. 신흥시장에서 스마트폰 가격이 40~50% 가까이 올라 수요를 짓눌렀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인도 벵갈루루 모바일 매장. 사진=SMB스토리 홈페이지 캡처

삼성전자 인도 벵갈루루 모바일 매장. 사진=SMB스토리 홈페이지 캡처

'저가폰 축소·사양 조정' 등 가격 방어 총력전

제조사들은 저가 제품군 축소, 사양 하향 조정, 구형 모델 출하량 조절, 할부·보상판매 확대 등의 대응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인도 시장이 대표적이다. 모토로라·낫싱 등은 이달 초 부품이 상승을 이유로 스마트폰 '모토 G·모토 엣지 퓨전'과 '폰 3a 라이트' 가격을 2000~3000루피(약 3만2000~4만8000원) 인상했다.

샤오미는 보급형 모델 가격을 지키면서도 '가성비폰' 이미지를 벗어나려는 '3브랜드'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 전략은 프리미엄·플래그십(샤오미), 메인스트림·미드프리미엄(레드미), 성능 특화(포코) 등 3개 브랜드로 나뉜다. 제조원가 부담으로 가격을 올려야 하지만 인상 폭이 클 경우 수요가 꺾이는 인도 시장 특성을 고려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 쪽에선 가격을 올리더라도 보급형 브랜드를 통해 제품 시작가 자체는 유지하기 위해서다. 실제 이달 중순 인도에서 출시한 보급형 5G 모델 판매가는 1만1499루피(약 18만3000원·행사가 기준)에 불과했다.

동남아시아는 중국 제조사들의 '가격 방어력'이 시험대에 오른 지역이다. 동남아는 중국 샤오미·오포·비보·트랜션이 중저가 물량전을 벌이는 곳으로 꼽힌다. 하지만 제조원가 부담이 커지면서 이미 마진 폭이 얇았던 이들 브랜드의 가격 전략에도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이들 브랜드의 최근 동향을 종합하면 '저가 제품군 확대'에서 '포트폴리오 조정'으로 무게중심이 변화한 모습이 관측된다. 샤오미는 대규모 가격 인상을 피하기 위해 구형 모델 출하량을 줄였고 오포·비보는 상위 가격대로 판매가를 올려잡기 시작했다. 같은 시기 삼성전자는 갤럭시S26 울트라 판매 확대·갤럭시A 시리즈 조기 투입 효과로 영향력을 유지했다. 애플은 아이폰17 시리즈 수요를 바탕으로 '메모리 광풍'을 버텨냈다.

인도 뭄바이 애플 스토어. 사진=머니컨트롤 홈페이지 캡처

인도 뭄바이 애플 스토어. 사진=머니컨트롤 홈페이지 캡처

저가폰 의존도 높은 곳 타격 커…삼성도 '가격 인상'

중남미 지역은 시장 자체가 쪼그라들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지난 1~2월 멕시코 스마트폰 판매량이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9% 감소한 것으로 추산했다. 전체 판매량 중 약 64%가 250달러 이하 제품인데 이 구간이 메모리 가격 상승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남미 시장을 지탱하는 중저가 제품군 가격대도 흔들리고 있다. 브라질에선 삼성전자가 가격 조정에 나선 모습이 포착됐다. 갤럭시A 시리즈 가격을 각각 약 18%씩 인상한 것이다. 갤럭시A 시리즈는 이 지역 핵심 모델 중 하나로 알려졌다.

아프리카에선 가격 인상 대신 중고·보상 판매 전략이 힘을 얻고 있다. 200달러 이하 제품에 집중된 시장일수록 가격 인상에 민감하게 반응해서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애플 등 프리미엄 브랜드들도 가격 인상보다 중고·보상판매 확대로 대응하는 모습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애플 공식 판매대리점 아이스토어는 중고 아이폰 수요 증가, 보상판매 확대에 힘입어 매장을 늘리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매장 40곳을 열었고 올해 더 많은 오프라인 거점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아프리카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트랜션의 경우 저가폰 의존도가 높아 특히 더 강한 타격이 예상된다.

중동전쟁, 전체 시장 흔들어…"가장 어려운 시기"

다만 중동 지역은 다른 신흥시장과 결이 다소 다르다. 이 지역은 최근 전쟁발 비용 부담이 더 큰 변수로 떠올랐다. IDC는 중동 전쟁 여파로 부품·에너지·물류 비용이 동시에 올라 글로벌 스마트폰 수요 하방 압력을 키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업계에선 올해 신흥시장 스마트폰 경쟁 구도가 '가격이 올라도 팔릴 수 있는 폰'을 선보이는 업체가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나빌라 포팔 IDC 시니어 리서치 디렉터는 "신흥시장에선 가격이 40~50%나 올라 가격에 민감한 지역의 수요를 크게 압박하고 있고 제조사들은 엄격한 비용 관리, 마케팅·채널 지원 축소, 사양 낮추기 전략 강화 등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이러한 조치들은 성장 또한 제한한다"며 "스마트폰 시장은 심각한 메모리 공급 제약이 출하량과 수요 모두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가장 어려운 시기 중 하나에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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