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도 바늘구멍"…'대졸' 청년들 한숨 푹 쉬는 이유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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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의 한 취업카페 내부. 평일 점심 직후임에도 불구하고 취업준비생들로 붐볐다. /사진=이정우 기자

신촌의 한 취업카페 내부. 평일 점심 직후임에도 불구하고 취업준비생들로 붐볐다. /사진=이정우 기자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과 스타트업도 즉시 투입 가능한 중고신입을 선호해 신입 대졸자는 설 자리가 너무 좁아요."

21일 서울 신촌 거리에서 만난 취업준비생 박모 씨(25). 작년 하반기부터 구직 중이라는 그는 "최근 채용 공고는 늘었지만 실제 뽑는 인원은 직무당 한두 명에 불과하다"며 바늘구멍이 된 취업 시장에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고용 한파에 스터디 카페는 취준생들로 붐비고 있다. 신촌에 위치한 한 스터디 카페에는 청년들이 노트북을 펼쳐놓고 자기소개서를 쓰거나 두꺼운 수험서에 밑줄을 그으며 자격증 공부에 몰두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김모 씨(27)는 "18개월째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며 "채용 전형 자체가 얼어붙었고 상하반기에 몰려 있어 피로감이 크다"고 했다. 또 다른 취업준비생 김모 씨(28)도 "채용 시장이 워낙 어려워 제대로 준비하고 있는지조차 확신이 안 선다"고 토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보고서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개선 과제' 중 '학력별 쉬었음 청년 추이' /사진=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보고서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개선 과제' 중 '학력별 쉬었음 청년 추이' /사진=한국경영자총협회

이처럼 대학까지 졸업한 청년층을 중심으로 취업난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20일 발표한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개선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15~29세) 고용률은 2024년 5월부터 2026년 3월까지 23개월 연속 하락했다. 또한 대졸 이상 '쉬었음' 청년도 △2023년 15만3000명 △2024년 17만4000명 △2025년 17만9000명으로 3년 연속 증가했다.

쉬었음 인구는 일할 능력이 있지만 별다른 이유 없이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을 말한다. 이들은 비경제활동인구로 공식 실업률 통계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잠재적 실업자로 간주하곤 한다. 자의적으로 원해서 구직 활동을 접는 게 아니라, 일자리 자체가 없거나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가 어려운 등 대외적인 경제 상황 때문에 쉬는 것을 택하기 때문이다.

학교 졸업 후 첫 취업까지 걸리는 시간도 길어지고 있다. 경총에 따르면 청년층 첫 취업 평균 소요 기간은 2021년 10.1개월에서 지난해 11.3개월로 늘었고 대졸 이상 청년층은 같은 기간 7.7개월에서 8.8개월로 1.1개월 늘었다.

이 같이 쉬었음 청년이 늘어난 배경에는 일자리 부족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8월 기준 국가데이터처 '경제활동인구조사 비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 비경제활동인구가 '쉬었음'을 택한 이유 중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서'가 34.1%로 2023년(32.5%), 2024년(30.9%)에 이어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일자리가 없어서'(9.9%)까지 합치면 일자리 문제로 구직을 중단한 청년이 44%에 이른다.

◇ 대기업 쏠림 부른 임금 격차·청년 밀어낸 정년 연장

기사 내용과 무관한 사진 /사진=한국경제tv

기사 내용과 무관한 사진 /사진=한국경제tv

경총은 대졸 이상 쉬었음 청년 증가 원인으로 노동시장 내 인력 수급 불균형을 지목했다. 기업 규모와 고용 형태에 따른 임금 격차가 고학력 청년들의 대기업 쏠림을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실제 2025년 조사 기준 대기업 정규직 청년의 시간당 임금은 2만125원으로 중소기업 또는 비정규직 청년의 1만4066원보다 약 43% 높았다.

이에 따라 청년들의 선호도 역시 대기업과 공공부문에 편중되고 있다. 경총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청년 10명 중 6명이 대기업·공기업·공무원 취업을 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중소기업은 만성적 구인난에 시달리며 고용 불균형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경총은 '정년 60세 의무화'도 청년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법제화가 시행된 2013년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 수를 100으로 가정했을 때 지난해 기준 고령자 고용지수는 245.9로 급증했으나 같은 기간 청년 고용 지수는 135.5에 그쳤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는 노동시장의 구조적 변화 없이는 이러한 청년 취업난을 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우리 경제 규모가 커졌음에도 청년들을 충분히 흡수할 일자리를 갖추지 못한 것이 근본적인 한계"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학력별로 임금 수평화가 이뤄지도록 과도한 격차를 방지하고 저숙련·중숙련·고숙련 등 유형별로 일자리가 골고루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청년들이 실제로 진입할 수 있는 직업의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적 기반이 다져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고용 한파에 따른 청년들의 구직 단념을 막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통계상 쉬었음으로 분류되는 청년들은 질병이나 구직 포기 등 각자의 사유가 다양해 하나의 단일 대책으로만 접근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청년들이 구직을 단념하지 않도록 예방하고 진로 탐색을 돕는 정책을 전방위적으로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정우 한경닷컴 기자 krse905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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