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개표소 봉쇄시위 엿새째
유일하게 자산 줄어든 세대
경력 선호·정년 연장 맞물려
청년 일자리 점차 줄어들고
집값 급등에 세대격차 심화
"기회 빼앗긴 청년은 벼랑끝"
2030세대가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시위에 앞장서고 있다. 시위 현장에서 만난 2030세대는 자신들을 시위로 이끄는 가장 큰 동기로 '기성 사회에 대한 분노'를 지목했다. 이들은 입을 모아 "청년들을 치열한 경쟁으로 내몬 원칙과 절차가 정작 민주주의의 기본인 선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
10일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 차려진 잠실 개표소는 이날까지 엿새째 시위대 반발로 인해 봉쇄됐다. 서울시 도시데이터에 따르면 시위대 중 절반 이상이 2030세대로 파악된다.
이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배경에는 사회를 향한 불신과 분노가 있다. 변리사인 김경환 씨(30)는 "반장 선거에서도 안 일어날 일이 일어났다. 나라가 국민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조차 함부로 여긴다는 생각에 화가 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청년들이 사회적으로 소외됐다는 불만이 그들의 목소리를 높였다고 분석한다.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는 "2030세대는 기성세대에 밀려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윗세대보다 인구도 적은 탓에 정치권에 목소리를 크게 낼 수도 없는 상황에서 투표권마저 보장받지 못하니 분노할 수밖에 없다. 2030세대가 시위 현장에 응집한 것도 이러한 불만이 쌓인 결과"라고 말했다.
청년들의 가장 큰 불만은 자산 축적 기회가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청년층은 유일하게 자산이 줄어든 세대다.
국가데이터처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39세 이하 청년층의 자산과 순자산(자산-부채)은 전년 대비 각각 0.3%, 0.9% 감소했다. 같은 기간 청년층을 제외한 모든 세대의 자산과 순자산은 증가했다. 특히 40대와 50대 순자산 증가율은 각각 7.4%, 7.9%로 크게 증가했다.
이에 청년층과 다른 세대 간 자산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지난해 청년층과 40대의 순자산 차이는 2.2배로 10년 전인 2015년(1.49배)에 비해 50%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청년층과 50대 간 순자산 차이도 1.97배에서 2.51배로 크게 벌어졌다.
이러한 자산 격차 배경에는 부동산이 있다. 지난해 39세 이하 가구주의 부동산 자산은 1억6418만원으로, 전년 대비 1.8% 증가했다. 같은 기간 40대(4억3063만원)는 9.9%, 50대(4억6131만원)는 8.1%, 60대 이상(4억6652만원)은 3.1% 증가했다. 지난 8일 잠실 개표소에서 만난 김 모씨(24)는 "갈수록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지는데, 요즘 집값 상승률을 보면 노력할 생각보다는 상실감이 먼저 느껴진다"고 말했다.
자산은 물론 청년 취업난이 심화하며 소득원을 얻기도 힘들어졌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20대 고용률은 60.2%로 60~64세 고용률(65.0%)보다 4.8%포인트 낮았다. 2013년 처음으로 60~64세 고용률이 20대 고용률을 역전한 이후 두 세대 간 고용률 차이는 날이 갈수록 더 벌어지는 추세다. 여기에 경력 채용 선호 현상이 더욱 뚜렷해지고 정년 연장 논의가 본격화하며 청년 취업은 갈수록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2030세대가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고 봤다.
김중백 경희대 교수는 "청년층은 부동산 정책의 최대 피해자인 데다 이른바 '조국 사태'로 불리는 부모 찬스 논란 등 불공정을 경험하며 문제의식이 누적돼 있었다"며 "이번 시위에서 특정 정치 세력과 거리를 두는 것도 청년들이 자신들의 목소리가 설득력을 가지려면 기성 세대와 엮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안동현 서울대 교수는 "부동산 등 자산 격차는 양극화의 핵심이자 청년들이 분노하는 주요 원인"이라며 "수요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 공급을 늘리고 조세 정책 등을 통한 재분배와 양극화 해소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송현 기자 / 조병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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