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에베레스트산을 8849m로 정한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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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에베레스트산을 8849m로 정한 역사

해발 8849m. 많은 사람이 에베레스트산 정상 높이를 외우고 있다. 그런데 그 숫자가 무엇을 기준으로 나온 것인지 묻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신간 <해수면 0미터>에서 저자 빌코 그라프 폰 하르덴베르크는 이 기준선 ‘해수면으로부터의 거리’ 역사를 파고든다.

해수면 측정의 출발점은 도시의 현실적인 필요였다. 베네치아에서는 1440년부터 건물 기초 부문에 남은 검푸른 해조류의 흔적을 보고 수심을 가늠했다. 암스테르담은 도시가 침수되는 것을 막기 위해 1556년부터 해수면의 높이를 기록했다. 1675년에는 평균 해수면부터 약 14㎝ 높은 만조 수위의 평균을 도시의 공식적인 기준으로 채택했다.

프랑스 왕립과학원은 해수면을 측정하는 방법에 관한 공식 지침을 국가 중앙 행정기관으로서는 최초로 배포했다. 하지만 평균 해수면이 고도 측정의 기준으로 자리 잡기까지는 오랜 논쟁과 시행착오가 필요했다.

책은 해수면을 단순히 자연과학의 대상으로만 보지 않는다. 해수면을 정한다는 것은 근대 국가가 세계를 하나의 눈금으로 정리해가는 과정과 맞물려 있었다. 운하를 뚫고, 항구를 운영하고, 식민지를 관리하는 데는 모두 안정적인 기준선이 필요했다. 해수면 이면에는 국가적인 야망과 상업적인 이해관계가 놓여 있다.

오늘날 평균 해수면은 또 다른 의미를 갖기 시작했다. 인간이 지구 환경을 얼마나 바꾸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이 됐다. 저자가 이 작업을 구상한 2011년부터 2022년 말까지 세계 평균 해수면은 약 5㎝ 올랐다. 같은 해수면 상승도 지역에 따라 체감하는 정도는 다르다. 해안과 섬 지역은 바닷물이 삶의 터전으로 밀려드는 현실을 겪고 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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