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베이징 탈출한 中 청년들의 ‘은거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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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주자들/리잉디 지음·김경숙 옮김/328쪽·2만 원·김영사 모두가 코로나19 유행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던 2022년 중국. 인터넷에서 스물여섯 살 여성의 이야기가 화제가 됐다. 이 여성은 40m²의 오래된 집을 1만5000위안(약 300만 원)에 사서 미니멀한 북유럽 스타일로 고쳤다. 이곳에서 온라인으로 그림을 판매하면서 최소한의 욕망만 충족시킨 채 살아가는 여자의 이야기는 중국의 2030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베이징에 살며 ‘GQ’, ‘에스콰이어’ 등 큰 잡지사의 기자로 일했지만 매일 겨우 끼어 타는 지하철과 내 집 마련을 하기엔 턱도 없는 급여에 지친 저자는 이 은둔 생활로 뛰어든다. 은둔 생활자들이 모인 ‘은거바’ 커뮤니티에서 이들의 생활을 엿보던 저자가 선택한 지역은 허강이다. 러시아와 면한 접경 도시인 이곳은 20세기 탄광 산업으로 번성했지만, 산업이 쇠락하면서 단 3만 위안(약 600만 원)으로도 집을 구할 수 있었다. 이곳에는 폭스콘에서 일했던 청년부터 대도시 서비스직 종사자로 일하던 저임금 노동자가 많았다. 반복적인 노동과 열악한 주거 환경, 기성세대가 강요하는 ‘정상적인’ 삶에 지친 이들이 허강에 모였다. 허강으로 이주한 청년들은 소액으로 주식 투자를 하고, 게임 대리 플레이 등 온라인을 매개로 최소한의 생계를 이어갔다. 이 중에서도 부동산 중개업자로 자리 잡거나 인생 설계 강좌를 열어 성공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대다수 탈주자는 스트레스 없이 느슨한 관계를 유지하며 조용히 살기를 바란다. 탈주자들은 부모 세대가 기대하는 삶과 현실의 간극, 중요한 의사 결정을 내릴 때 겪어야 했던 대립, 자기를 찾고 싶은 고뇌를 안고 있었다. 그러나 ‘유토피아’를 찾아 떠난 허강에서도 베이징의 그늘이 또 다른 방식으로 펼쳐져 있음을 발견한 저자는 은거 생활을 정리한다. 그러면서 “우리 모두가 자신만의 거실과 공간을 찾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쓴다. 책의 향기 > 구독 이런 구독물도 추천합니다! 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 광화문에서 고양이 눈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좋아요 0개 슬퍼요 0개 화나요 0개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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