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신경세포의 ‘1밀리초’가 인생을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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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스의 가장자리/데이비드 수실로 지음/이충호 옮김/478쪽·2만2000원·북하우스 “…부모님이 마약 중독자였기 때문에, 누나와 저는 어린 시절의 대부분을 고아원에서 보내야 했죠. 청년이 될 때까지 10년 동안 그 시스템에서 살았습니다. …고모 부부와 삼촌 부부 집에서도 잠깐 살았지요.” 미국의 신경과학자인 저자는 프린스턴대 워크숍 기조 강연에서 자신이 어떻게 인정받는 학자가 됐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강연이 끝난 뒤 누군가 ‘선생님은 어떻게 그 일을 해냈느냐’고 물었지만 막상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고 한다. 신간은 그에 대한 답이다. 보육원 생활과 우정, 컴퓨터에 대한 사랑을 불러일으킨 비디오게임, 카오스를 받아들이는 법을 가르쳐준 수학, 그리고 평생 몸담게 된 신경과학 등 저자의 삶을 정리했다. 인공신경망과 인간의 뇌가 어떻게 정보를 처리하고 행동을 만들어 내는지를 연구하는 학자의 책다운 서술이 눈에 띈다.“어렸을 때 나의 뇌 상태에 극히 미소한 변화를 가하는 실험을 한다고 상상해 보자. 단 하나의 신경세포에서 나오는 전기 펄스의 타이밍을 밀리초 수준에서 살짝 바꾸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두 명의 데이비드는 아주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한다. …한 데이비드는 여자친구 덕분에 끔찍한 선택을 피하지만, 다른 한 명은 처음으로 메스암페타민을 복용한다. 이 시점부터 두 사람의 삶은 가능성의 스펙트럼에서 너무나도 다른 궤적을 그리게 된다.”(2부 ‘카오스’ 서문에서) 인간의 마음은 매우 복잡하고, 삶에서 마주하는 고난 등 여러 이유로 어딘가가 잘못될 수 있다는 건 당연하게 들린다. 하지만 저자는 “인간의 마음은 스스로 연구하고 이해할 뿐만 아니라 마음 자체를 다시 만들어내는 독특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며 “적절한 조건과 연결의 도움을 받는다면, 우리를 만들어낸 바로 그 네트워크들이, 우리가 망가졌을 때 우리를 다시 만들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삶에 대한 서술과 뇌과학이 처음 책을 펼치기 전의 기대만큼 유기적으로 결합된 느낌은 아니지만 인상 깊은 대목들이 적지 않다. 부제 ‘부서진 유년의 파편에서 출현한 신경과학자 이야기’. 책의 향기 > 구독 이런 구독물도 추천합니다! 밑줄 긋기 동아시론 횡설수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좋아요 0개 슬퍼요 0개 화나요 0개 지금 뜨는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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