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싼 맛’에서 ‘세계의 맛’ 된 비결… 피자의 ‘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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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피자는 이탈리아 나폴리서 탄생 서민들 허기 달랜 ‘길거리 음식’ 일자리 찾아 미국으로 이민가면서 피자도 함께 건너가 대중화 시작 ◇피자에 담긴 세계사/루카 체사리 지음·이현경 옮김/404쪽·2만4000원·한스미디어 게티이미지뱅크 “역겨운 파이 같은 것. 얇게 썬 토마토를 얹고, 작은 생선을 뿌린 데다 검은 후추와 정체 모를 온갖 재료들로 뒤덮인 음식.” 미국의 화가이자 발명가인 새뮤얼 모스(1791∼1872)가 묘사한 이 음식은 바로 피자다. 고소한 치즈와 상큼한 토마토, 갖가지 재료가 어우러진 피자에 이런 형편없는 평가라니. 하지만 신간에 따르면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유래한 옛 피자의 모습은 오늘날과 사뭇 달랐다. 밀가루 반죽을 납작하게 구운 빵에 돼지기름이나 치즈, 작은 생선 등을 얹은 소박한 음식이었다. 음식 역사학자인 저자가 세계인의 음식이 된 피자의 역사를 추적한 책이다. 전작 ‘파스타의 역사’를 통해 이탈리아 음식에 얽힌 통념을 파헤쳤던 그는 이번에도 옛 문헌과 여행기, 요리책, 신문 기사 등을 꼼꼼히 살피며 피자의 발자취를 좇는다. 책을 읽다 보면 피자 한 조각에 담긴 것이 단순한 음식의 변천사가 아니라 가난과 이민, 산업화와 세계화가 뒤얽힌 수백 년의 역사임을 알게 된다. 피자의 출발점은 17세기 말 이탈리아 나폴리의 뒷골목이다. 당시 나폴리는 가난과 굶주림에 시달리는 이들이 많았다. 값싼 재료로 만들 수 있고 길거리에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피자는 서민들의 허기를 달래기에 제격이었다. 1807년 나폴리에는 이미 50∼60명의 피자 장인이 활동했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그러나 오랫동안 피자는 도시의 가난을 상징하는 음식이었고, 모스의 혹평에서 드러나듯 외지인들의 시선도 대체로 냉담했다. 책은 오늘날 피자의 상징인 ‘마르게리타’의 탄생 설화에도 의문을 제기한다. 1889년 이탈리아의 마르게리타 왕비를 위해 토마토와 모차렐라 치즈, 바질로 국기 색깔을 표현한 피자를 만들었다는 유명한 이야기다. 하지만 저자는 당시 기록들을 대조하며 이 일화가 후대에 만들어졌을 가능성을 짚는다. 피자가 세계적인 음식으로 도약한 무대는 역설적으로 이탈리아가 아닌 미국이었다. 오늘날 세계에서 피자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 역시 미국으로, 1인당 연간 소비량이 13kg에 달한다. 피자가 미국에 뿌리내린 것은 20세기 초 일자리를 찾아 대서양을 건넌 이탈리아 이민자들 덕분이었다. 미국에서 대중화된 피자는 제2차 세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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