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안녕히 주무셨어요?” 묻기 어려워진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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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대제-야간 노동 등 확산되며 생체리듬보다 생산효율 우선시 ◇무수면 사회/김찬호 지음/300쪽·2만2000원·21세기북스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한국어의 전통적인 아침 인사는 상대가 밤새 안녕했는지부터 묻는다. “잠이 보약이다”라는 말처럼 잠을 건강한 일상의 바탕으로 여겨왔다는 뜻이 아닐까. 반면 잠을 경계하는 표현들도 있다. 긴장하지 않는 사람에겐 “잠이 오냐”고 타박하고, 부지런하지 않은 사람을 ‘잠꾸러기’라고 부른다. “새 나라의 어린이는 일찍 일어납니다”라는 말에는 일찍 일어나는 생활을 바람직하게 여기는 규율이 담겨 있다. 잠을 잘 자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사회가 요구할 때는 억누르고 관리해야 할 대상으로 여겨온 셈이다.‘무수면 사회’는 성공회대 교육대학원 교수인 저자가 ‘잠’을 사회학적으로 들여다본 교양서다. 수면에 관한 기본 지식부터 역사적 통찰과 다양한 예술 작품의 사례까지 다양하게 엮어냈다. 저자가 수면을 고민하기 시작한 건 40대에 지독한 불면증에 시달리면서다. 걱정과 불안에 사로잡혀 잠을 설치는 날이 이어졌고, 급기야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단계에 이르렀다고 한다. 정신과 치료와 심리 상담을 받고 수면제, 신경안정제, 항우울제 등 여러 약물을 복용했지만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저자는 현대사회를 ‘잠을 빼앗긴 사회’로 규정한다. 산업화 과정에서 인간의 생체리듬보다 생산 효율을 앞세웠기 때문이다. 자본의 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해 교대제와 야간 노동이 확산됐다. 밤낮없이 운영되는 상점과 서비스가 늘면서 주 7일, 24시간 영업을 뜻하는 ‘24/7’이 일상을 규정하는 표현이 됐다. 뒤늦게 산업화 대열에 합류한 한국도 마찬가지다. 경부고속도로 건설은 밤낮없이 진행됐다. 포항제철 건설 현장에서도 철야 작업이 이어졌다. ‘한강의 기적’을 이루기 위해 우리가 희생한 것 중 하나가 잠이었다. 지금도 학생들은 학업과 입시 경쟁에 내몰리고, 성인이 된 뒤에는 긴 통근 시간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하지만 잠은 인간의 의지대로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는 생리현상이 아니다. 알베르 카뮈의 소설 ‘이방인’에서 주인공은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관 옆에서 잠들었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는다. 하지만 인간이 정말 잠을 완벽히 제어할 수 있을까. 밤마다 기사도 소설을 탐독하느라 잠을 잃고 결국 자신을 유랑 기사로 믿게 된 소설 ‘돈키호테’의 주인공처럼, 잠을 잃은 인간은 쉽게 흐트러진다. 인공지능(AI) 시대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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