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암 걸린 ‘犬生’에서 인생을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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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동물의 시간은 어떻게 흐르는가/르네 알사라프 지음·박은아 옮김/312쪽·1만9800원·알에이치코리아 30년 가까이 수의사로 일하며 개나 고양이, 때로는 페럿이나 토끼, 새나 기니피그까지 치료해 주던 저자에게 예고 없이 암이 찾아온다. 그는 수의종양내과 수의사로 암이 있는 동물들을 치료해 왔다. “어떻게 그렇게 슬픈 일을 할 수 있느냐”는 사람들의 말에 “슬픔보다 행복을 훨씬 더 많이 경험한다”고 답했다는 저자. 갑자기 닥친 자기의 불행 앞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다독인 동물들의 이야기를 다시 떠올린다. 책은 그 이야기들을 지혜, 유머, 애정을 곁들여 기록한 회고록이다. 그가 맡았던 동물들은 암을 진단받은 날에도 똑같은 자세로 삶을 대한다. 비스킷 하나를 보고 껑충 뛰며 기뻐하고, 눈앞의 행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암을 맞닥뜨리고 눈물 흘리는 건 보호자다. 일어나지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고, 지나간 일을 후회하는 데 시간을 보내는 인간과 달리 동물들은 ‘현재를 살아가는 법’을 아낌없이 보여준다. 책은 여러 차례 동물과 인간의 이별 이야기를 전한다. 전립샘암에 걸린 반려견 벤틀리를 진료하던 중 “우리 둘 중 누가 먼저 죽겠느냐”는 말에 저자는 멈칫한다. 알고 보니 보호자 역시 결장암 환자였다. 벤틀리는 보호자가 항암 치료를 받는 동안 그 곁을 지키며 조용히 그가 쉴 수 있도록 돕는다. 그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보호자도 벤틀리의 치료에 정성을 다하고, 결국 먼저 세상을 떠난다. 저자의 반려견 뉴턴에게도 악성 종양이 발견된다. 결국 기력을 잃고 식사마저 거부하기에 이른다. 힘든 상황 속에서 가족들은 고민 끝에 반려견이 편안한 안식을 맞도록 결정한다. 죄책감과 싸우며 눈물을 흘리면서도, 동물들이 가르쳐준 것처럼 주어진 날들을 충실히 살고 그 시간이 좋은 시간이 되도록 하는 게 최선임을 되새긴다. 무거운 마음으로 병원 문턱을 넘는 사람과 동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책은 하루를 온전히 현재 속에서 살아가며, ‘곁을 지킨다’는 단순한 행동이 갖는 큰 의미를 보여준다. 책의 향기 > 구독 이런 구독물도 추천합니다! 고양이 눈 함께 미래 라운지 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좋아요 0개 슬퍼요 0개 화나요 0개 지금 뜨는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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