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노인 돌봄/미요시 하루키 지음·조승미 옮김/272쪽·1만7000원·동녘
저자는 과학적이고 일률적인 매뉴얼을 읊는 대신, 현장 경험에 기초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원칙을 먼저 내세운다. 그것은 ‘노인이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는다’이다. 노인이 거부하지 않는 방식으로 그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해줘야 한다는 의미다. 이 원칙이 바탕이 돼야만 노인을 통제하기 위한 돌봄이 아니라 그들의 인간적인 삶을 유지하기 위한 돌봄이 시작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건 상상력과 창조력이다. 노인이 왜 특정 행동을 하거나 돌봄을 거부하는지 상상력을 발휘해 고민해 보라고 권한다. 환자가 이상행동을 하는 이유는 일반적인 상식을 벗어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예를 들어 밤마다 잠들지 못하고 고성방가를 하는 한 환자의 원인은 변비로 인한 스트레스였다. 노인이 겪는 불편이 예상치 못한 행동으로 나타날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
창조력은 ‘브리콜라주’, 쉽게 말해 임기응변이다. 목욕을 거부하는 환자가 있다면 억지로 강요하기보다 가운을 입고 의사인 척 함께 욕조로 들어갈 수 있다. 갑자기 러시아에 가봐야 한다는 노인에게는 “러시아가 외출 중이라 오늘은 어렵다”라고 능청을 떨 수도 있다. 특히 치매 환자에겐 정석적인 돌봄법이 없기에 돌봄자의 순간 판단이 중요하다고 짚었다.책은 또한 치료와 돌봄을 구별한다. 과학적 사고를 통해 원인을 제거하는 게 치료라면, 돌봄은 환자를 이해하면서 신체적 어려움이 생긴 상태에서도 인간다운 일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언젠가 늙어 타인의 도움으로 연명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 때가 오면 누구나 자신이 존엄한 존재로 대우 받기를 원하지 않을까.
저자는 노인의 ‘문제 행동’은 ‘문제 돌봄’에서부터 비롯되기에 학대가 될 수 있는 강압적 태도를 지양해야 한다고 말한다. 언제나 노인의 입장에서 분석해서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 구체적인 매뉴얼은 아니지만, 돌봄 과정에서 폭행이나 의사소통 오류가 있을 때 참고할 수 있는 팁도 실려 있다.
김도연 기자 rep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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