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침묵이 미덕? 말해야 세상이 변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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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깨기/일레인 린 헤링 지음·황가한 옮김/388쪽·2만2000원·알에이치코리아


“괜히 말 꺼냈다가 분위기만 흐린다.” “조용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

살면서 누구나 이런 말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침묵을 배우며 자라왔다. 말하지 않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참는 게 어른스럽다고 여기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미국에서 협상전문가로 일하는 저자는 ‘침묵’이 때로는 독(毒)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보통 사람들은 침묵이 자신을 지켜주고 조직의 협동력을 높인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개인과 사회 모두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여성이나 사회적 약자, 소수자들은 침묵을 더 자주, 더 강하게 강요받는다. 말하기 전부터 눈치를 봐야 하고, 말한 뒤에는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동양계 미국인인 저자 역시 다양한 조직에서 일하면서 자신의 의견은 쉽게 무시되는 경험을 반복했다고 한다. 침묵은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사회 구조가 만들어 낸 결과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세상은 시끄러운 곳이다. 침묵은 폭력이다. 당신은 터무니없는 행동을 해온 것이 아니다. 과장스럽거나 과민한 것도 아니다. 당신 잘못이 아니다.”

소수자가 목소리를 내기 위해 시스템을 바꾸거나 연대를 구성하라는 제안은 다소 추상적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침묵의 실체를 드러내는 방식은 설득력이 적지 않다. 미국 사회를 중심으로 쓰였지만, 겸손이 미덕처럼 여겨지는 한국 독자라면 읽으며 생각할 거리가 많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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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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