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삼겹살 2만원 시대

2 hours ago 1

입력2026.03.19 17:32 수정2026.03.19 17:32 지면A35

[천자칼럼] 삼겹살 2만원 시대

외국인이 한국 음식을 체험하고 즐기는 영상은 늘 인기가 있다. ‘K소울푸드’ 삼겹살 먹방도 예외는 아니다. 617만 구독자를 둔 유튜브 채널 ‘영국남자’의 수백 개 콘텐츠 중 삼겹살 관련 영상은 압도적인 조회수를 기록한다. ‘삼겹살을 처음 먹어 본 영국인의 반응’ 콘텐츠는 누적 조회수 2400만 회를 넘어섰다. 소박하고 부담 없는 한국 서민 음식에 감탄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느끼는 묘한 뿌듯함 때문일 것이다.

한국인의 삼겹살 사랑은 유별나다. 2024년 기준 1인당 육류 소비량(60.1㎏) 중 돼지고기가 절반(30㎏)을 차지하는데 이 중 삼겹살 비중이 70% 안팎으로 추정된다. 한정된 부위를 집중 소비하다 보니 국내 도축 물량으로는 감당이 안 된다. 미국 유럽연합(EU) 캐나다 칠레 등에서 국내 소비 물량의 30% 정도를 수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한민국 삼겹살 전성시대의 시작점은 1976년 ‘소고기 파동’이었다. 1970년대 가파른 경제성장으로 국민 소득이 늘면서 육류 소비가 폭발했다. 하지만 당시 한우는 식용(육우)보다 농경용(역우) 성격이 강했다. 전국적인 사육 규모와 도축 시스템 모두 급증하는 수요를 따라잡지 못했다.

공급이 달리자 소고기값은 치솟았고 서민 물가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때 소고기의 빈자리를 파고든 게 일본에 수출하던 냉동 돼지 부분육, 삼겹살이다. 가족 외식이나 직장 회식 메뉴도 소고기 등심을 얇게 썰어 소금과 후추에 찍어 먹던 로스구이에서 상대적으로 값싼 삼겹살로 바뀌어 갔다.

반세기 동안 절대적인 사랑을 받은 삼겹살은 이제 가격도 많이 올랐다고 한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지역 기준 삼겹살 1인분(200g) 가격은 2만1141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월 대비 4.3% 올랐다. 2024년 5월 2만원 첫 돌파 이후 삼겹살 2만원 시대가 굳어진 것이다. 가축전염병, 환율 급등, 사료비 상승 등이 겹친 탓이다.

고단한 하루의 끝을 위로해주던 오랜 친구의 몸값 상승은 유독 씁쓸하다. 대단한 결심 없이도 “삼겹살에 소주 한 잔 어때?”라는 말을 건넬 수 있는 날이 계속되기를 바란다.

이정호 논설위원 dolph@hankyung.com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