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뛸 수 있는 능력이 허락되는 한, 제 이름에 걸맞게 끝까지 도전하다 은퇴하는 것이 골프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진정한 승부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모로코 라바트의 로열 골프 다르 에스 살람(파73)에서 만난 최경주의 목소리에는 쉰여섯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묵직한 힘이 실려 있었다. 21일부터 사흘간 열리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챔피언스 하산2세 트로피에 출전한 그는 “출전하는 모든 대회의 목표는 우승”이라며 여전히 최고의 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최경주는 한국 남자골프의 ‘살아있는 역사’다. 한국인 최초 PGA투어 진출, 첫 우승, 최다승(8승) 등 늘 ‘최초’와 ‘최고’의 길을 개척해 왔다. 2024년에는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최고령 우승에 이어 한국인 최초로 PGA 투어 챔피언스 메이저 대회(더 시니어 오픈)까지 제패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이제 그는 또 하나의 거대한 금자탑을 눈앞에 두고 있다. 바로 PGA투어 ‘500경기 출전’이다. 지난해 디오픈을 끝으로 499경기를 소화해 대기록 달성까지 단 한 경기만을 남겨뒀다. 투어 역사상 단 156명에게만 허락된 기록으로, PGA투어에 따르면 최소 20경기 이상 뛴 선수 중 500경기 고지를 밟은 이는 약 6%에 불과하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500’이라는 숫자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최경주는 “PGA투어에서 한창 뛸 때도 매년 5월이면 후배들과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 KPGA투어 대회를 찾았다”며 “자발적으로 포기한 대회가 60개가 넘는데, 기록만 좇았다면 진작 달성하고도 남았을 것”이라고 덤덤히 말했다. 이어 “500경기는 분명 영광스러운 이정표지만, 후배들과 한국 골프를 위해 쓴 시간이었기에 결코 후회는 없다”고 단언했다.
대기록의 마지막 퍼즐을 맞추는 길은 갈수록 험난해지고 있다. 올해부터 PGA투어가 시드를 100명으로 줄이면서 과거 챔피언 자격으로 나설 수 있는 대회가 대폭 축소됐기 때문이다. 그가 자력으로 정규 투어 대회에 출전하려면 스폰서 초청을 받거나, 챔피언스 메이저 대회 정상에 서는 정면 돌파를 택해야 한다. US 시니어 오픈이나 더 시니어 오픈을 제패하면 이듬해 US오픈과 디오픈 등 정규 메이저 대회 출전권이 주어진다.
최경주의 시선도 정확히 그곳을 향해 있다. 그는 “PGA 투어 챔피언스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것이 현재 가장 큰 목표”라며 “특히 7월 US 시니어 오픈을 정조준해 몸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치열한 우승 경쟁을 통해 제가 아직 필드 위에 살아있음을 확실하게 증명하겠습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기 관리도 철저하다. 실제로 최경주는 무려 6년이 넘는 시간 동안 와인을 포함한 알코올을 일절 입에 대지 않는 금주를 이어오고 있다. 나이가 들며 신체 능력이 저하되는 것을 일상생활의 철저한 통제로 극복하겠다는 굳은 의지에서다. 그는 “나이가 들수록 몸이 보내는 신호에 더욱 예민하게 반응하고 자신을 절제해야 무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라바트=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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