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공연·최다관객·최고수익'…한국 공연 역사에 새 기록 세운 콜드플레이

1 week ago 7

콜드플레이 N차 관람 공연 리뷰
‘재미’와 ‘의미’가 공존했던 콜드플레이 내한
콜드플레이의 Adventure of a Lifetime
해외 아티스트 최장 공연, 최대 관객 & 최고 수익
BTS 진, 블랙핑크 로제 등 화려한 게스트들 대거 참여.
해외 아티스트 장기 체류형 공연의 가능성 보여줘

영국 출신 4인조 밴드 콜드플레이(Coldplay)의 내한 공연이 지난 25일 화려한 막을 내렸다. 2주에 걸쳐 콜드플레이는 총 6회의 공연을 펼쳐 보였고, 팬들을 매일같이 전설로 만들어줬다.

콜드플레이의 리더, 크리스 마틴 ⓒ이진섭

콜드플레이의 리더, 크리스 마틴 ⓒ이진섭

2022년 3월 18일 코스타리카 산호세에서 시작된 콜드플레이 월드투어(Music of The Spheres Delivered by DHL)의 일환으로 치러진 이번 투어는 2017년 4월 내한 이후 8년 만에 성사된 공연이라는 점에서 많은 팬들의 기대를 자아냈다. 콜드플레이는 이번 내한을 통해 약 24 만명(회당 스탠딩좌석 2만·좌석 2만)의 관객을 동원했고, 약 470억원의 티켓 수익을 올렸다. 여기에, ‘해외 아티스트 최장 공연, 최다 관객, 최고 수익’ 이라는 한국 공연 역사의 새로운 기록도 세웠다. 4명의 친구가 뭉쳐 10장의 정규 앨범을 내고, 음악 여정을 한 지 25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세상을 향한 콜드플레이의 모험은 여전히 전성기라는 걸 입증했다.

콜드플레이의 엠버들. 왼쪽부터 크리스 마틴, 존 버클랜드, 가이 베리맨, 윌 챔피언 ⓒ이진섭

콜드플레이의 엠버들. 왼쪽부터 크리스 마틴, 존 버클랜드, 가이 베리맨, 윌 챔피언 ⓒ이진섭

한-일전으로 번진 자이로 밴드 회수율 99%

콜드플레이 내한은 많은 이야기 꺼리로 사회관계망서비스를 가득 채웠다. 특히, 일본의 ‘자이로밴드(재활용 소재로 만들어진 LED 팔지)’ 회수율이 97% 로 알려지자, 이는 한-일전 양상으로 번져 2회차 공연(4/18일)에서 회수율 98%, 심지어 4회차, 5회차 공연(4/22일자)에는 99%를 기록해 한국 관객의 저력을 보여줬다.

내한할 때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묘한 평행이론을 갖고 있어 ‘탄핵요정’이라는 웃픈 별명도 떠돌았다. 공연 중 크리스 마틴이 한국어로 인사하는 부분에서는 태양의 “여러분 보고 싶었어요”를 부른 장면, ‘2017년 4월 16일 노란 리본을 띄워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며 불렀던 ‘Yellow’와 현재 불안정한 사회 분위가와 지친 관객들을 위로해 준 ‘Yellow’묘하게 겹치면서 자주 언급됐다.

점프하면 전기가 발생하는 댄스플로어 발전기와 공연장 곳곳에 놓여진 자전거 발전기는 콜드플레이 투어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되었고, 티켓 한 장당 한 그루의 나무를 심는 캠페인은 투어가 끝날 때까지 계속 될 예정이다. 현재까지 약 900만 그루의 나무를 전세계에 심었다.

높은 회수율을 기록한 자이로밴드 ⓒ이진섭

높은 회수율을 기록한 자이로밴드 ⓒ이진섭

BTS 진, 블랙핑크 로제 등 화려한 게스트 라인업

매회마다 스페셜 게스트를 보는 맛도 재밌었는데, ‘We Pray”를 함께 부른 엘리아나는 이번 투어 일정을 콜드플레이와 함께 소화했고, 케이팝 그룹 트와이스는 내한에 맞춰 이 곡을 피처링 해 색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4월 19일 공연에서는 BTS 진이 등장해 콜드플레이와 함께 ‘Astronaut’와 ‘My Universe’를 불러 투어 중 팬들이 꼭 보고 싶었던 장면을 연출했으며, 22일 공연에는 블랙핑크의 로제가 깜짝 등장해 크리스 마틴과 ‘APT.’를 함께 불러 공연장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마지막 날 공연에는 로제와 진이 함께 게스트로 나와 콜드플레이 내한공연의 대미를 함께 장식해줬고, 크리스 마틴은 큰 절로 화답했다.

4개의 콘셉트, 24개의 노래, 그리고 팬들과 호흡

우주를 여행하고 집으로 돌아온다는 콘셉트로 4 파트(1.Planets 2.Moons 3.Stars 4. Home)에 걸쳐 약 24개의 노래를 선보였다. 'Higher Power'로 기를 모은 밴드는 콘서트 타이틀인 'Adventure of a Lifetime'라는 모험의 시작을 알렸다. 곧 'Paradise'로 관객을 안내했다. 후렴구만으로도 벅찬 'Viva la Vida'는 한국의 현재 상황과 묘하게 어울리는 곡이 되었고, 깜깜했던 공연장을 노란 물결로 만든 'Yellow'는 추억과 향수를 불러 일으켰다.

‘Black Lives Matter’운동과 게이 프라이드 행진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곡 'People of the Pride'에서 콜드플레이는 록 밴드의 카리스마를 관객들에게 보여줬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권리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밴드의 신념에 맞게 크리스 마틴은 소수자에 대한 존중과 연대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을 힘차게 흔들며 퍼포먼스를 이어갔다.

'Something Just Like This' 에서 에일리언 가면을 쓰고 나와 춤으로 호흡한 콜드플레이 멤버들은 어느덧 무대와 관객의 경계를 허물고 하나의 유니버스를 이뤄 'My Universe'를 들려주고 있었다. 아비치의 기일인 4월 20일 전후로 흘러나온 'A sky full of the Stars'는 공연장에 수많은 별들을 반짝이게 해 의미를 더했다.

콜드플레이의 'Magic'에 동원된 특수효과 ⓒ이진섭

콜드플레이의 'Magic'에 동원된 특수효과 ⓒ이진섭

“지구를 아끼고, 환경을 되살리자.”,”인간은 모두 평등하다.”, “세계는 하나고, 서로 사랑하며 평화롭게 지내자.” 같이 보편타당한 메시지들은 콜드플레이 공연에서 거부감 없이 ‘흥미’와 ‘의미’를 모두 갖추고, 관객들의 마음을 물들였다. 콜드플레이가 한국에 체류한 2주 동안 구글트렌드에서 콜드플레이와 함께 급상승한 키워드가 ‘행복’ 이다. 우리가 얼마만에 함께 ‘행복’이라는 단어를 함께 외치며, 상대의 언어에 귀기울이고, 함께 노래불렀던가. 이번 내한을 콜드플레이는 단순한 공연 이상의 경험을 경험했다.

라이브네이션코리아의 운영은 유일한 아쉬움

콜드플레이 내한은 한국에서 해외 아티스트의 장기 체류형 공연 가능성과 시장의 잠재성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는 공연 업계의 중요한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흥행과 관련된 공연 수익과 관람객, 심지어 사회적 영향력까지 역대급이었던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공연의 주최사인 라이브네이션측의 운영상 문제점은 비판 받아야 한다. 우선 현장을 안내하는 일관된 매뉴얼이 없었다. 있었다 하더라도 운영 인원들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관객들의 물음에 제각각 대응했다. 스탠딩 입장 순서는 안내하는 운영마다 다른 대답을 보여주기 일수였고, 고가의 패키지 티켓을 구매한 관객과 스탠딩 관객의 입장 구역 또한 명시되지 않아 입장하는 관객들은 혼란스러워했다.

뮌헨이나 런던 투어에는 스탠딩 구역에 펜스로 방어와 안전을 설계했으나, 내한 공연에는 보이지 않았다. 다행이도 현장에 관객들은 성숙한 공연 관람 태도를 보여줘 사고 없이 무사히 마무리되었으나,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같이 큰 행사를 치렀던 라이브네이션이 비용을 아끼기 위해 이런 중요한 부분을 신경 쓰지 않았다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공연이 끝나고 바닥이나 계단 턱이 높아 사람들이 부딪히고 미끌어 지는 일이 번번하게 목격되었다. 위험한 위치에 안전띠나 안전 요원이 배치 되었어야 했다.

세계적인 수준의 공연을 치르는 것은 책임이 반드시 따른다. 그것은 아티스트와 이를 소중한 경험으로 간직할 관객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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