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출신 4인조 록 밴드 콜드플레이의 내한 공연이 지난 25일 화려한 막을 내렸다. 2022년 3월 18일 코스타리카 산호세에서 시작된 콜드플레이 월드투어의 일환으로 치러진 이번 공연은 2017년 4월 내한 이후 8년 만에 성사됐다는 점에서 많은 팬의 기대를 모았다. 콜드플레이는 이번 내한에서 열흘간 총 6회 공연을 펼쳐 약 24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약 470억원의 티켓 수익을 올렸다. 여기에 ‘해외 아티스트 최장 공연, 최다 관객, 최고 수익’이라는 한국 공연 역사의 새로운 기록도 세웠다. 네 명의 친구가 뭉쳐 음악 여정을 한 지 25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세상을 향한 콜드플레이의 모험은 여전히 전성기라는 걸 입증했다.
◇소셜미디어에서도 숱한 화제
이번 콜드플레이 내한은 많은 이야깃거리로 소셜미디어를 가득 채웠다. 특히 일본에서 ‘자이로밴드’(재활용 소재로 제작한 발광다이오드 팔찌)가 97% 회수됐다고 알려지자 한·일전 양상으로 번져 2회차 공연(4월 18일)에서 회수율 98%, 5회차 공연(4월 22일자)에서는 99%를 기록해 한국 관객의 저력을 보여줬다. 점프하면 전기가 발생하는 댄스플로어 발전기와 공연장 곳곳에 놓인 자전거 발전기는 콜드플레이 투어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됐고, 티켓 한 장당 한 그루의 나무를 심는 캠페인은 투어가 끝날 때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현재까지 약 900만 그루를 전 세계에 심었다.
매회 스페셜 게스트를 보는 맛도 있었는데, ‘위 프레이(We Pray)’를 함께 부른 엘리아나는 이번 투어 일정을 콜드플레이와 함께 소화했고, 케이팝 그룹 트와이스는 내한에 맞춰 이 곡을 피처링해 색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4월 19일 공연에서는 BTS 진이 등장해 콜드플레이와 함께 ‘애스트로너트(Astronaut)’와 ‘마이 유니버스(My Universe)’를 불러 투어 중 팬들이 꼭 보고 싶어 한 장면을 연출했다. 22일 공연에는 블랙핑크 로제가 깜짝 등장해 크리스 마틴과 ‘아파트(APT.)’를 함께 불러 공연장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마지막 날 공연에는 로제와 진이 함께 게스트로 나와 콜드플레이 내한 공연의 대미를 장식했고, 마틴은 큰절로 화답했다.
◇공연 이상의 경험 선사
콜드플레이는 이번 내한 공연에서 우주를 여행하고 집으로 돌아온다는 콘셉트로 4개 파트에 걸쳐 약 24개의 노래를 선보였다. ‘하이어 파워(Higher Power)’로 기를 모은 밴드는 콘서트 타이틀인 ‘어드벤처 오브 어 라이프타임(Adventure of a Lifetime)’이라는 모험의 시작을 알렸다. 곧 ‘파라다이스(Paradise)’로 관객을 안내했다. 후렴구만으로도 벅찬 ‘비바 라 비다(Viva la Vida)’는 한국의 현재 상황과 묘하게 어울리는 곡이 됐고, 깜깜하던 공연장을 노란 물결로 채운 ‘옐로(Yellow)’는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블랙 라이브스 매터(Black Lives Matter)’ 운동과 게이 프라이드 행진에서 영감을 받아 쓴 곡 ‘피플 오브 더 프라이드(People of the Pride)’에서 콜드플레이는 록 밴드의 카리스마를 관객들에게 보여줬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권리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밴드의 신념에 맞게 마틴은 소수자에 대한 존중과 연대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을 힘차게 흔들며 퍼포먼스를 이어갔다.
“지구를 아끼고 환경을 되살리자” “인간은 모두 평등하다”와 같은 보편타당한 메시지들은 콜드플레이 공연에서 거부감 없이 ‘흥미’와 ‘의미’를 모두 갖추고 관객의 마음을 물들였다. 콜드플레이가 한국에 체류한 2주 동안 구글트렌드에서 콜드플레이와 함께 급상승한 연관 키워드는 ‘행복’이다. 우리가 얼마 만에 함께 행복이라는 단어를 함께 외치며 상대의 언어에 귀 기울이고, 함께 노래 불렀던가. 이번 내한에서 콜드플레이는 한국 팬들에게 공연 이상의 경험을 선사했다.
◇유일한 아쉬움은 운영 미숙
콜드플레이의 이번 내한은 한국에서도 해외 아티스트의 장기 체류형 공연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공연업계에서 중요한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흥행과 관련한 공연 수익과 관람객 수, 심지어 사회적 영향력까지 역대급이었던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공연 주최사인 라이브네이션 측의 운영상 문제점은 비판받아야 한다. 우선 현장을 안내하는 일관된 매뉴얼이 없었다. 있었다고 하더라도 운영 요원들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관객들의 물음에 제각각 대응했다. 고가의 패키지 티켓을 구매한 관객과 스탠딩 관객의 입장 구역 또한 명시되지 않아 입장하는 관객들은 혼란스러워했다.
독일 뮌헨, 영국 런던 투어에는 안전을 위해 스탠딩 구역에 펜스를 설치했지만 이번 내한 공연에는 보이지 않았다. 다행히 관객들이 성숙한 공연 관람 태도를 보여줘 사고 없이 무사히 마무리됐으나, 현대카드 슈퍼콘서트같이 큰 행사를 치른 라이브네이션이 비용을 아끼기 위해 이런 중요한 부분을 신경 쓰지 않았다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진섭 아르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