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 김정희 관련 자료 2750점 등
한국에 기증한 故후지즈카씨
숭고한 마음 못잊어 매년 묘소 찾아
“달리 보답할 길 없어 안타까워”
그 마음은 시공을 넘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2006년 2월 추사가 이상적에게 보낸 편지 ‘기우선(寄藕船·우선은 이상적의 호)’ 등 20여 점을 포함해 추사 관련 자료 2750여 점과 청나라·조선 자료 1만5000여 점을 기증한 고 후지즈카 아키나오(藤塚明直·1912∼2006) 씨와 최종수 성균관장과의 인연이다. 당시 후지즈카 씨를 설득해 유물을 기증받은 최 관장은 그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지금까지 매년 기일(7월 4일)에 그의 묘소를 찾고 있다. 14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에서 만난 최 관장은 “고인이 보여준 귀한 마음에 달리 보답할 길이 없어 안타까울 뿐”이라고 했다.
―20년 세월의 의미가 적지 않습니다.
“후지즈카 선생은 기증 몇 달 뒤 돌아가셨습니다. 아무 보답도 바라지 않고, 오히려 연구에 써달라며 200만 엔(약 1822만 원)을 한국에 기부하셨지요. 그런 분의 숭고한 마음을 돌아가셨다고 잊을 수는 없어서….”
―후지즈카 교수가 모은 추사의 많은 작품은 1945년 도쿄 대공습으로 다 불타지 않았습니까?
“그곳은 연구소였거든요. 그래서 집에 뭐라도 남아 있지 않을까 싶었지요. 아들 후지즈카 선생의 집은 도쿄 변두리더라고요. 오래된 일본식 가정집인데, 그곳에 상당한 추사 관련 유물 및 자료가 남아 있었던 거죠.”
―아무 조건 없이 기증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몇 번을 찾아가도 처음엔 아무것도 없다고 강하게 부인하셨어요. 언성을 높인 적도 있었지요. 그렇게 허탕 친 어느 날 아침인데, 전화가 와 ‘언제 출국하냐’라고 묻더군요. ‘오늘 밤’이라고 했더니 ‘그러면 잠시 들러 달라’고 했습니다. 그 순간 머리카락이 쭈뼛 서더군요.”
“후지즈카 씨는 학자가 아니었기에 추사 관련 작품과 자료를 물려받았을 뿐 연구는 못 했습니다. 그게 늘 평생의 숙제였지요. 물려줄 자식도 없었고요. ‘정말로 아버지의 연구를 이어갈 수 있겠느냐’고 몇 번을 되묻더군요. 조건은 그거 하나였습니다. 2013년 과천 추사박물관이 탄생한 계기지요.” ―외람됩니다만 기증품의 가치가….
“당시 문화재청장이던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기증품을 검토하고 두 가지를 얘기했어요. 정부에 후지즈카 씨 훈장 수여를 건의하겠다는 것과 자신이 쓴 ‘완당평전’을 절판하겠다는 것이었지요. 이 기증받은 자료들을 공부하고 다시 써야겠다고…. 석 달 뒤 국민훈장 목련장이 수여됐고, ‘추사 김정희’(2018년·창비)도 나왔습니다.”
―박물관을 못 보고 돌아가신 게 아쉽습니다.
“90세가 넘다 보니 기증 때도 한국엔 못 오셨습니다. 병원에 계실 때라 훈장도 조카딸이 주일 한국대사관에 가 받았지요. 우리가 직접 찾아가 드렸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몇 년 전 기일을 앞두고 과천시에 ‘돌아가셨지만, 뭐라도 하는 게 어떻겠냐’고 물었더니 ‘그만큼 했으면 된 거 아닙니까’라고 하더군요. 사람과의 관계가 그래서는 안 되는데….”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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