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일본 낸드플래시 업체 키옥시아 투자와 관련해 "어디에서 돈을 벌었으면 그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본 반도체 산업과 협력을 지속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 회장은 지난 9일 일본 도쿄 제국호텔에서 열린 닛케이 포럼 이후 기자들과 만나 키옥시아 투자 수익 활용 방안을 묻는 질문에 "아직 구체적으로 검토한 것은 없지만 원칙적으로는 상대를 배려하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 기업이 한국에 투자해 큰돈을 벌고 모두 가져간다면 우리도 좋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며 "일본 역시 같은 감정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과 일본은 협력할 분야가 너무 많다"며 "협력할 수 있는 영역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을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2017년 일본 도시바가 반도체 사업부(현 키옥시아)를 매각할 당시 SK하이닉스는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털이 이끄는 한미일 컨소시엄에 참여했다. 당시 투자 규모는 약 4조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최근 시장에서는 SK그룹이 가치가 급등한 키옥시아의 일부 지분을 매각해 반도체 투자 확대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최 회장은 "(일본에)반도체 공장을 짓는 문제는 그렇게 간단한 사안이 아니다"라며 아직 구체적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키옥시아 경영 참여 가능성에 대해서도 명확히 선을 그었다. 그는 "신탁(트러스트) 구조 때문에 키옥시아 경영에 관여하거나 직접 개입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투자한 회사이지만 동시에 경쟁 기업이기 때문에 경쟁 질서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베인캐피털이 키옥시아 관련 공시에서 경영 참여 목적을 추가한 것과 관련한 질문에도 "SK는 직접 경영에 관여할 수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다만 협력 가능성은 열어뒀다. 최 회장은 "키옥시아와 어떤 형태의 협력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경영진 간 대화를 계속하고 있다"며 "경영은 독립적으로 운영되지만 다른 분야의 협력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일본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기업에 대한 투자 확대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일본에는 이미 관련 투자 펀드들이 운영되고 있고 SK 역시 지속적으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며 "한국 기업의 일본 투자뿐 아니라 일본 기업의 한국 투자도 늘고 있는데 이는 시장이 하나로 통합되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평가했다.
한일 경제 협력 확대 필요성도 거듭 강조했다. 최 회장은 "정부와 정치권, 민간이 모두 참여하는 한일 협력 플랫폼이 필요하다"며 "현재 300개가 넘는 교류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지만 이를 보다 체계적으로 연결하고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엔비디아와의 협력 관계도 언급했다. 그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와 AI 생태계 확대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며 "앞으로 협력 범위는 더욱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데이터센터 구축부터 AI 기반 반도체 공정 혁신까지 SK 계열사들이 가진 다양한 역량을 활용해 협력 모델을 확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산업 초과이윤 환원 방식과 관련해서는 "주주와 구성원, 협력사, 국민 모두가 이해관계자"라며 "투자와 일자리 창출, 임금 인상 등을 통해 많은 사람이 지속적으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향후 반도체 생산기지 확대 계획에 대해서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완공이 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최 회장은 "용인 클러스터 4기가 완공되면 다음 생산 거점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 올 것"이라며 "전력과 용수, 인력 등 인프라 여건이 갖춰진다면 국내 다른 지역은 물론 해외 투자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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