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만명 몰린 ‘서울국제도서전’ 폐막
이 짧은 글 속에는 편집자가 원고를 기다린 시간과 끝내 유작이 되어버린 책의 사연이 담겨 있었다. 이 책의 태호 편집자는 “공식 띠지에는 담을 수 없었던 뒷이야기를 도서전을 찾은 독자들과 나누고 싶었다”고 말했다.
● 독자와 편집자가 결말 두고 토론
28일 막을 내린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은 개성 넘치는 굿즈와 이벤트, 부스 디자인으로 독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곳곳에서 발을 멈춘 채 책에 얽힌 사연을 읽고, 책을 만드는 이들과 대화를 나누고, 온라인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책을 발견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출판사 클레이하우스는 편집자와 번역가가 독자와 함께 책을 읽는 ‘교환 독서’를 선보였다. 소설 ‘클레오파트라와 프랑켄슈타인’에는 심연희 번역가가 손수 붙인 포스트잇이 빼곡했다.등장인물들의 말다툼 장면에는 “와, 여기부터 진짜 말싸움 번역하며 정신이 나가는 것 같았습니다”라는 메모가 적혀 있었다. 책에 실린 주석에는 담기 어려운 번역가의 속내였다.
1인 출판사 소장각의 부스에서는 말레이시아 거리의 오래된 간판만 모은 사진집이 관람객의 발길을 잡았다. 독자 이지윤 씨(30)는 “실물 도판을 보니 (온라인보다) 매력적이다. 도서전에서나 만날 수 있는 책인 것 같다”고 했다.
프랑스 문학 전문 출판사 레모 부스에서는 ‘거울로 드나드는 여자’ 시리즈(전 4권)를 완독한 독자 김은희 씨(50)가 편집자에게 “열린 결말이라 아쉽다. 5권을 내달라”라며 말을 걸었다. 편집자는 “열린 결말이라 더 여운이 남는 것 아닐까요?”라며 작품 이야기를 이어갔다. 책을 사이에 두고 처음 만난 독자와 편집자가 결말을 놓고 토론하는 모습은 온라인 서점에서는 보기 어려운 풍경이었다.● “아직 책의 미래가 있다” 지난해 서울국제도서전은 한정판 굿즈 경쟁이 화제였다면, 올해는 출판사마다 개성적인 부스가 두드러졌다. 김영사는 체육관, 푸른숲은 세탁소, 위즈덤하우스는 수영장을 구현하는 등 부스 자체를 하나의 콘셉트로 꾸민 곳이 적지 않았다. 올해 “유료 굿즈를 판매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화제가 된 문학과지성사의 이광호 대표는 “예전에는 ‘작가 팬덤’ 중심이었다면 올해는 일종의 ‘출판사 팬덤’이 생긴 것을 체감했다”며 “독자들이 각 부스의 큐레이션과 정체성에 관심을 보여서 고무적이었다”고 했다.
온라인으론 충족하기 어려운 ‘만남’의 가치는 이번 도서전에서도 확인됐다. 주연선 은행나무 대표는 “온라인 서점이 대세가 되면서 출판사들도 독자가 어디에 있는지, 어떤 사람인지 평소엔 알기 어렵다. 도서전은 독자를 직접 만나 ‘아직 책의 미래가 있다’는 힘을 얻는 자리”라고 했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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