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심원 여러분은 유무죄를 정한 뒤 형량을 정하게 됩니다. 형량을 정하지 않으셔야 집에 빨리 가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난 19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국회증언감정법·정치자금법 위반 등 사건 국민참여재판에서 이 전 부지사 변호인은 최후 변론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무죄로 평결하고 빨리 끝내자’는 취지의 이 발언에 방청석에서는 실소가 터져 나왔다. 약 9시간에 걸친 배심원 평결이 끝난 후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송병훈)는 ‘연어 술 파티’ 위증 등 혐의를 받는 이 전 부지사에게 징역 4개월을 선고하며 20일 오전 3시30분께 국민참여재판을 끝냈다. 검찰이 구형한 징역 2년에 벌금 500만원 형량보다 한참 낮은 수준이었다.
국민참여재판은 2008년 1월 1일 도입됐다. 사법의 신뢰도를 높이고 재판의 투명성을 실현한다는 취지다.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요청하면 법원이 검토해 국민참여재판 진행 여부를 결정한다. 하지만 2020년부터 5년 동안 채 100건도 진행되지 않아 사실상 이름만 남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배심원이 재판 이후에는 생업에 복귀해야 하므로 참석을 꺼리고, 이에 따라 배심원 선정에 오랜 시간이 걸려 재판부 업무가 가중된다는 점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무죄 선고율도 높다. 법원행정처 등에 따르면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한 성범죄 사건 무죄율은 52.3%로 일반 성범죄 사건 무죄율(3.48%)을 한참 웃돌았다. 일반 시민으로 구성된 배심원이 피의자의 감정 호소에 영향받을 가능성이 높고, 사건 파악이 어려운 상황에서 무죄 추정 원칙을 지키려다 보니 관대한 평결을 내린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원행정처는 도입에 앞서 국민참여재판을 진행하지 않을 수 있는 ‘배제’ 사유를 “장기간의 심리가 예상되는 경우, 증인이 많아 1주일 이상 개정이 필요한 경우, 사건이 지나치게 복잡한 경우”라고 명시했다. 사법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22년까지 국민참여재판에 참석한 배심원의 애로사항 1·2순위는 ‘장기간 재판으로 인한 불편’과 ‘법률 용어 이해의 어려움’이었다.
이 전 부지사 국민참여재판은 법원행정처가 제시한 모든 우려 사항을 갖고 있었다. 역대 최장인 10일간 심리가 이어졌고, 이 기간에 증인도 14명에 달했다. 배심원은 정치자금법 위반,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위계공무집행 방해, 지방재정법 위반 혐의와 검찰의 공소권 남용 등 복잡한 쟁점을 판단해야 했다.
이 전 부지사 사건을 계기로 국민참여재판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재판부도 국민참여재판 적용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빨리 끝내고 집에 가자’는 재판은 이제 그만둘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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