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이번에도 '뒷북'만 친 신용평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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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이번에도 '뒷북'만 친 신용평가사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또다시 ‘뒷북 평가’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27일 제이알글로벌리츠가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들어가기 직전 신평사가 내놓은 등급은 ‘A-’(신용도 우량)였다. 기업 위기를 미리 알리는 사전 경보 시스템이 사실상 마비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평사는 기업의 재무 상태와 상환 능력 등을 반영해 신용등급을 평가하고, 위기 발생 때는 이를 고려해 등급을 재조정한다. 신용도가 가장 높은 AAA등급부터 D(디폴트)등급까지 10개 등급이 있고, ‘AA-’나 ‘BBB+’ 등 세부 단계까지 포함하면 20단계로 나뉜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기업회생절차 신청 직전까지 투자적격 등급(AAA~BBB-등급)에 속했다.

특히 한국기업평가는 제이알글로벌리츠가 채무불이행에 빠지기 10일 전인 이달 17일까지도 회사채에 A- 등급을 부여하고, 등급 전망만 ‘부정적’으로 하향했다. 이는 향후 3~6개월 안에 등급을 낮출 수 있다는 뜻이다.

제이알글로벌리츠에 경고등이 들어온 것은 14일이다. 이 리츠는 주요 운용 자산인 벨기에 파이낸스타워와 관련해 ‘자금동결(캐시트랩) 발생 가능성’을 공시했고, 이틀 뒤인 16일엔 캐시트랩 발생 사실을 알렸다. 유럽 부동산 가치 하락으로 파이낸스 타워의 담보 가치가 떨어지자 이 리츠에 자금을 빌려준 벨기에 금융회사들이 대출을 갚는 것 외의 목적으로 자금을 운용하는 것을 원천 봉쇄한 것이다. 사업의 존폐가 위태로운 상황임에도 신평사들은 이 리츠의 회사채 등급을 낮추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 조달이 가능할 것이란 안일한 판단으로 신평사들이 등급 조정 타이밍을 놓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신평사의 ‘느림보 등급 하향’은 여러 차례 도마에 올랐다. 2024년 태영건설 신용등급을 A-로 유지하다가 워크아웃을 공시하자 부랴부랴 CCC로 10단계 강등한 것이 대표적이다. 물론 신평사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기업이 발행한 채권에 신용등급 하락 때 조기상환 의무를 부과하는 ‘레이팅 트리거’ 조건이 포함된 경우가 많다 보니 등급 하향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너무 빨리 등급을 내리면 기업의 재무 부담을 키웠다는 비난에 직면하게 된다. 회사채를 발행하는 기업이 높은 등급을 제시하는 신평사를 선택해 수수료를 지급하는 ‘등급 쇼핑’ 관행도 하향 조정을 더디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이런 사정을 감안한다고 해도 신평사의 뒷북 평가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다. 시장이 먼저 알아차린 위험을 뒤따라 반영하는 데 그친다면 신평사의 존재 이유가 사라진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신평사의 등급 관리 체계를 제대로 점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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