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라면 바닥에 이런 게 있었어?"…눈물 터진 뜻밖의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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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을지로 커뮤트 커피의 음료에 직장인의 마음을 담은 문구가 붙어 있다. /사진=박상경 기자

서울 을지로 커뮤트 커피의 음료에 직장인의 마음을 담은 문구가 붙어 있다. /사진=박상경 기자

서울 을지로의 한 카페에서는 주문한 커피에 매일 다른 응원 메시지를 붙여 제공한다. "매일 출근하는 사람은 자신이 꽤 멋진 사람이라는 걸 모른다", "사랑이 전부야", "모든 사람 마음에 들어야 할 필요는 없어요" 등의 문구다.

'그 누구도 회사생활로 불행해서는 안 된다'는 철학 아래 직장인의 마음을 한 문장으로 기록하는 공간으로 알려진 이곳은 최근 SNS상에서 '낭만 가득한 카페', '서비스로 문장이 나오는 곳'으로 불리며 화제가 되고 있다.

온라인상에는 "이 글귀가 정말 고맙게 느껴진다", "감성형(F) 성향의 사람들은 가서 위로받으면 너무 행복할 것 같다"는 반응이 이어진다.

사진=인스타그램 갈무리

사진=인스타그램 갈무리

지난달 29일 매장을 방문한 한 고객은 "SNS에서 본 문구에 감동받아 찾아왔다"며 "기대했던 대로 차분한 분위기에서 위로받는 기분이 들어 좋다"고 전했다. 고물가와 경기 침체로 소비자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이러한 '작은 위로'는 저비용으로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고 자발적인 SNS 공유를 유도하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활용되는 모습이다.

이러한 감성 마케팅이 힘을 얻는 배경에는 최근 가파르게 하락한 소비 심리가 자리 잡고 있다. 30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4월 소비자심리지수(CSI)는 99.2를 기록하며 1년 만에 기준값인 100 아래로 떨어졌다. 지수가 100보다 작으면 소비심리가 낙관보다 비관에 가깝다는 의미다. 특히 전월 대비 하락 폭인 7.8포인트(p)는 2024년 12월 이후 가장 큰 수준이다.

소비 환경이 이처럼 보수적으로 바뀌면서 할인이나 사은품 같은 실질적인 혜택만큼이나, 심리적 위로와 만족을 주는 정서적 소통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예상치 못한 순간에 마주하는 응원 글귀는 고객에게 '존중받고 있다'는 인상을 주어 견고한 브랜드 팬덤을 형성하는 동력이 된다는 분석이다.

오뚜기 컵라면 하단에서 이같은 응원문구를 확인할 수 있다. /사진=박상경 기자

오뚜기 컵라면 하단에서 이같은 응원문구를 확인할 수 있다. /사진=박상경 기자

식품업계에서도 이러한 소통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오뚜기가 컵라면 용기 하단에 인쇄하는 응원 메시지가 대표적이다. 생산일자와 유통기한만 적혀 있던 공간에 "모든 날이 빛날 거야", "행복만 호로록~", "너라면 할 수 있어" 등의 문구를 적용했다.

온라인상에서 "유통기한을 확인하다 바닥에 적힌 '충분히 잘하고 있어'라는 메시지에 감동받았다"는 게시글이 올라오자, 이에 호응하며 "오늘 오뚜기 컵누들 세 개 먹어야겠다"는 댓글이 달리는 등 긍정적인 반응이 확인된다. 팬데믹 당시 소비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도입된 이 마케팅은 현재까지 이어지며 오뚜기만의 고유한 브랜드 특징으로 안착했다.

카페 프랜차이즈 바나프레소 역시 음료 컵에 '오늘의 운세'와 '오늘의 한마디'를 제공하며 고객 접점을 넓히고 있다. 오늘의 운세를 확인하는 과정은 바나프레소 고객들 사이에서 하루를 시작하는 하나의 의식으로 자리 잡았다.

바나프레소에서는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직접 문구('오늘의 한 마디')를 작성할 수 있다. /사진=박상경 기자

바나프레소에서는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직접 문구('오늘의 한 마디')를 작성할 수 있다. /사진=박상경 기자

특히 애플리케이션(앱) 주문 시 고객이 직접 자신이나 지인을 향한 메시지를 입력할 수 있게 한 '오늘의 한마디' 기능은 개성 있는 인증샷을 선호하는 젊은 층의 자발적인 공유를 끌어내고 있다.

바나프레소 관계자는 “일하거나 공부하다 손을 뻗을 때마다 나를 위한 메시지가 눈에 들어온다면 소중한 일상의 순간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고물가 시대일수록 제품의 기능적 소구보다 정서적 소통이 강력한 구매 유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경제 상황이 어려울수록 소비자들은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브랜드에 강한 애착을 느낀다"며 "응원 문구 마케팅은 큰 비용을 들이지 않으면서도 고객과 정서적 유대감을 쌓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상경 한경닷컴 기자 highse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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