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타이·블박 영상 보고도…경찰 “성범죄 입증 어렵다” 덮었다

2 hours ago 4

특별수사단, 前 광산서 형사과장 조사
광주경찰청장 사무실 등 7곳 압수수색
리얼돌-프로파일러 면담-블랙박스
모두 장윤기 성범죄 정황 암시하는데
지휘부 “성범죄 목적 인정 어렵다”
강간살인죄 아닌 일반살인죄 적용

광주 도심에서 일면식도 없는 10대 여고생을 살해한 장윤기 씨가 14일 오전 광주 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26.5.14 ⓒ 뉴스1 김태성 기자

광주 도심에서 일면식도 없는 10대 여고생을 살해한 장윤기 씨가 14일 오전 광주 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26.5.14 ⓒ 뉴스1 김태성 기자
여고생 살인범 장윤기(24)에 대한 경찰의 부실수사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단이 12일 박모 전 광산경찰서 형사과장을 불러 조사했다.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된 전 광산서 수사팀장 박모 경감도 11, 12일 이틀 연속 조사를 받았다. 초동수사 당시 지휘 라인 핵심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가 이어지면서 경찰의 부실·은폐 수사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수사가 본격화하고 있다.

박 경감은 5월 5일 장윤기 차량 압수수색 당시 수사팀원이 촬영한 케이블타이 동영상을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박 전 과장은 당시 수사팀과 김모 광산서장 사이에서 보고와 지휘를 매개한 인물로 지목돼 왔다. 특별수사단은 당시 광주경찰청과 광산서 지휘부가 장윤기의 성범죄 정황을 알고도 강간살인죄가 아닌 일반 살인죄를 적용해 사건을 검찰에 넘긴 경위를 집중해 들여다보고 있다. 강간살인죄는 법정형이 사형 또는 무기징역으로 살인죄보다 무겁다.

당시 지휘부는 장윤기가 체포된 5월 5일부터 송치 전인 14일 사이 그의 주거지 등에서 성범죄 연루 정황을 의심할 수 있는 성인용 인형 2개가 발견됐다는 보고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장윤기를 면담한 프로파일러도 성범죄 가능성을 제기했고, 인근 대형트럭 블랙박스에서 장윤기가 피해자의 목을 끌고 가려는 듯한 영상까지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휘부는 “성인용 인형을 갖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성범죄 목적을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취지의 검토 결과 등을 근거로 강간살인죄 적용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파악됐다.

장윤기(23) 여고생 살인사건의 부실수사와 경찰 유착 의혹을 수사하는 광주지검 수사관들이 7일 오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주광산경찰서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치고 압수물이 담긴 상자를 들고 나오고 있다. 2026.07.07.  [전남광주=뉴시스]

장윤기(23) 여고생 살인사건의 부실수사와 경찰 유착 의혹을 수사하는 광주지검 수사관들이 7일 오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주광산경찰서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치고 압수물이 담긴 상자를 들고 나오고 있다. 2026.07.07. [전남광주=뉴시스]

장윤기 사건에 대한 경찰의 증거인멸 의혹 등에 대한 강제 수사에 착수한 7일 검찰 수사관들이 광주 광산경찰서 형사과에 들어가고 있다. 2026.7.7/뉴스1

장윤기 사건에 대한 경찰의 증거인멸 의혹 등에 대한 강제 수사에 착수한 7일 검찰 수사관들이 광주 광산경찰서 형사과에 들어가고 있다. 2026.7.7/뉴스1
광산서 수사팀 내부에서도 강간살인 적용 여부를 놓고 의견이 엇갈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수사팀 관계자가 최근 조사에서 “광산서장이 강간살인을 적용하지 말라고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전해졌으나, 특별수사단 측은 “(광산서장이) 막았다거나 지시했다는 구체적인 진술은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김 전 서장은 최근 주변에 “장윤기 검거 이후에는 당시 형사과장에게만 보고를 받았다. 수사팀원과 이야기한 적은 없다”는 취지로 이야기했다고 한다.

‘장윤기 사건’과 관련해 증거인멸 혐의를 받고 있는 광주 광산경찰서 소속 A경감이 8일 오전 광주 동구 광주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2026.07.08. 뉴시스

‘장윤기 사건’과 관련해 증거인멸 혐의를 받고 있는 광주 광산경찰서 소속 A경감이 8일 오전 광주 동구 광주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2026.07.08. 뉴시스
특별수사단은 11일 김영근 광주경찰청장 사무실 등 광주경찰청과 광산경찰서 내 수사지휘 라인 사무실 7곳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압수물을 통해 당시 보고와 지시가 이뤄진 경위, 혐의 적용 과정에서의 판단 근거, 관련 자료 보존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같은 날 기존 특별수사팀을 오동욱 경무관(대전경찰청 수사부장)을 단장으로 하는 특별수사단으로 격상하고 2차 가해 수사팀, 디지털포렌식센터 인력 등 14명을 추가 투입해 기존 27명에서 41명 규모로 늘렸다.

검찰 수사도 진행 중이다. 광주지검은 광산경찰서를 두 차례 압수수색하고 구속된 박 경감 등 모두 4명을 입건했다. 검찰은 장윤기가 범행 전 자신의 차량 문을 미리 열어 두고 케이블타이를 준비한 점 등으로 미뤄 피해 여고생을 납치해 성폭행하려다 반항이 거세지자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승연 기자 cho@donga.com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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