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일부터 과태료 10만원 불구
보호구역 피해 술판…실효성의문
“날 좋을 때 한잔 낭만…서운하다”
과태료 권한 경비원에 없어 한계도
“어르신, 여기서 술 드시면 안 돼요. 절대 안 돼요!”
15일 오전 11시께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공원 안에서 돗자리를 펴고 고구마와 김치, 삶은 달걀을 안주 삼아 막걸리를 마시고 있던 노인 두 명에게 경비원이 손을 내저으며 외쳤다.
지난 1일부터 탑골공원 일대에서는 음주 행위에 대해 과태료 10만원이 부과되기 시작했다. 종로구가 지난해 11월 역사성과 공공성 보존을 위해 탑골공원 내·외부를 금주구역으로 지정하고, 약 4개월의 계도 기간을 거친 후 시행된 조치다.
그러나 과태료 시행 후에도 공원 안팎에서는 여전히 술을 마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매일경제가 이틀에 걸쳐 탑골공원을 둘러본 결과, 이른 아침부터 금주구역에서 술을 마시는 노인들이 눈에 띄었다.
금주구역은 문화재 보호 구역을 뜻하는 ‘노란 선’으로 구분되지만, 일부 노인들은 이 선을 교묘하게 피해 술을 마셨다. 탑골공원 북문 인근에서는 노란 선 바로 바깥쪽에 앉아 막걸리를 종이컵에 따라 마시는 노인이 있었다. 지나가는 노인들이 “이제 술 마시면 걸린다”고 말하자, 그는 “안 걸린다”고 외치며 비틀거렸다.
공원 외곽에 앉아 막걸리를 마시던 노인 두 명은 오후 3시께 경찰과 순찰대가 포함된 단속반이 나타나자 서둘러 자리를 정리했다. 공원에서 만난 오 모씨(69)는 “석촌호수만 가도 돗자리 펴고 구경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여기는 돗자리만 펴도 뭐라고 한다”며 “날 좋을 때 밖에 나와 술 한잔하는 것도 낭만인데 무작정 막으니까 서운하다”고 토로했다.
술병을 소지하거나 주류를 다른 용기에 따라 마시는 행위도 단속 대상이지만, 겉옷 주머니에서 소주병을 꺼내 몰래 컵에 따라 마시는 모습도 보였다. 탑골공원 관리사무소 도시녹지과의 한 직원은 “금주구역 지정 이후 음주하는 노인들이 예전보다 줄긴 했지만, 여전히 가방 등에 술을 넣어와 마시는 분들이 있다”며 “계도를 하면 오히려 화를 내는 경우도 있어 곤란하다”고 말했다.
과태료 부과 권한도 제한적이다. 종로구청에 따르면 실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은 보건정책과 공무원에게만 있다. 탑골공원 북문 컨테이너에 상주하는 경비원이 단속·계도는 할 수는 있지만, 기간제 근로자인 이들에게 과태료를 부과할 권한은 없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보건정책과 인력이 한정적이어서 매일 과태료를 부과하기는 어렵지만 수시로 단속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매일경제가 만난 탑골공원의 노인들은 평소 ‘적적해서’ 공원을 찾는다고 입을 모았다. 돈의동 쪽방촌에 살며 일주일에 한 번 이상 공원을 방문한다는 박 모씨(69)는 “가방에 술을 넣어 감추고 와서 공원에서 몰래 마시곤 한다”며 “집에 있으면 심심하니까 잠깐 앉아 공원 구경도 하고 술을 마시는 게 삶의 낙”이라고 말했다. 매일 오전 8시에 집을 나서 지하철을 한 시간 타고 탑골공원에 온다는 A씨(74)도“집에만 있어봤자 재미도 없고, 건강을 위해 매일 공원에 나온다”며 “과태료 10만원은 우리 노인들에게 큰돈이라 이제 술은 잘 안 마실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탑골공원의 반복적인 음주 문제가 공원 질서 문제를 넘어 노인들의 고립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고 지적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음주 행위는 개인의 자유지만 공공장소에서 반복될 경우 다른 시민들에게 불편을 줄 수 있기에 노인들의 인식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며 “일부 고립된 노인들은 술에 의존하는 경우도 있어 단속과 함께 건전한 여가 활동을 유도하는 접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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