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신이 떠난다"…'버핏 없는' 버크셔 ETF 운명은[왓츠 유어 ET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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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버핏, 내달 마지막 주주서한
버핏 떠난 버크셔…월가, 매도 보고서
'버핏 추종' ETF, 개인 자금 유출 가속

  • 등록 2025-11-01 오전 8:30:00

    수정 2025-11-01 오전 8:30:00

[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60년간 연평균 수익률 20%’, ‘누적 수익률 550만%’.

전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투자의 귀재’,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Warren Buffett)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내달 마지막 주주 서한을 집필하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납니다. 이에 따라 그의 투자 철학에 공감하며 포트폴리오를 추종하는 ETF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사진=AFP)

‘투자의 신’ 워런버핏이 떠난다…내달 마지막 주주 서한

버핏 회장의 은퇴는 이미 예고돼 있었습니다. 그는 지난 5월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이제 그레그가 CEO가 되어야 할 때”라며 “올해 말 은퇴할 것”이라고 직접 밝혔습니다. 후계자는 2021년부터 차기 CEO로 내정된 그레그 에이블(Greg Abel) 버크셔 비(非)보험 부문 부회장입니다.

버핏은 1965년 당시 섬유회사였던 버크셔의 경영권을 인수한 이후 철강, 보험, 에너지, 철도 등 다양한 산업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했습니다. 현재 약 200개의 자회사를 거느린 글로벌 지주회사로 성장시킨 장본인입니다. 그 과정에서 그의 ‘가치투자’ 철학은 세계 금융시장의 교과서가 됐습니다.

1965년부터 2024년까지 버크셔 해서웨이의 연평균 수익률은 19.9%에 달했습니다. 같은 기간 S&P500의 연평균 수익률(10.4%)의 두 배에 이르는 수치입니다. 수많은 헤지펀드 매니저와 투자 거물들이 버핏의 성과를 뛰어넘으려 했지만, 대부분 실패했습니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일화가 있습니다. 2008년 워런 버핏과 뉴욕의 헤지펀드 운용사 프로티제 파트너스 간 수익률 경쟁입니다. 양측은 내기 판돈으로 각각 32만 달러를 걸어 이를 미국 국채에 투자하기로 합의하고, 승자가 지정한 자선단체에 기부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이 게임은 워런 버핏의 압승으로 싱겁게 끝이 났습니다. 지난 2018년 뉴욕 증시 마지막 거래일에 끝나고, 수익률을 점검한 결과 워런 버핏의 인덱스펀드는 연평균 7.1%에 달하는 수익률을 냈지만, 헤지펀드 수익률은 2.2%에 그쳤기 때문입니다.

버핏의 투자 철학은 간결하지만 강렬했습니다. 그는 1985년 주주 서한에서 “첫 번째 규칙은 절대 돈을 잃지 마라. 두 번째 규칙은 첫 번째 규칙을 잊지 마라”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또한 “10년 동안 보유할 생각이 없는 주식이라면 10분도 들고 있지 마라”는 말로 장기투자의 본질을 강조했습니다.

‘RISE 버크셔 포트폴리오 TOP10 ETF’ 상장 이후 10월 31일까지 개인 일별 자금 유입 추이. 빨간색 동그라미 부분은 워런버핏 은퇴 이후.(사진=한국거래소)
◇ ‘버핏 없는’ 버크셔…월가 매도 보고서 나와

하지만 이제 ‘투자의 신’이 물러나자 시장은 술렁이고 있습니다. 버크셔가 버핏의 고유한 투자 철학과 직관으로 사실상 작동해 왔다는 점에서, 후계 체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겁니다.

최근 미국의 투자은행 KBW는 버크셔 해서웨이 A주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도’로 하향 조정하며 목표주가를 74만 달러에서 70만 달러로 낮췄습니다. 이례적인 ‘매도 리포트’입니다. 마이어 쉴즈 KBW 애널리스트는 “거시경제 불확실성과 버크셔의 독특한 승계 리스크가 맞물려 실적 부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주가 성과가 시장 평균을 밑돌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실제 버크셔의 주가는 버핏의 은퇴 선언 이후 약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5월 고점을 찍은 뒤 현재까지 11% 넘게 하락했습니다. 같은 기간 S&P500은 오히려 22% 상승했습니다.

이 여파는 버핏 포트폴리오를 추종하는 ETF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대표적으로 버핏이 보유한 주요 종목 20여 개와 버크셔 B 주식에 약 10%를 투자하는 티커명 OMAH(VistaShares Target 15 Berkshire Select Income ETF)의 수급은 급격히 악화했습니다. 6개월 전만 해도 5억 8000만 달러가 유입됐지만, 현재는 순유입 1억 1192만 달러로 급감했습니다. 이날 기준 전체 순자산은 약 6억 9050만 달러로, 미국 전체 ETF 중 1144위에 그쳤습니다.

국내 상황도 비슷합니다. KB자산운용은 지난해 2월 ‘RISE 버크셔 포트폴리오 TOP10 ETF’를 출시하며 버핏의 투자철학을 반영한 상품을 선보였습니다.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상장 이후 버핏의 은퇴 선언 전까지 개인 투자자들은 꾸준히 순매수를 이어가며 약 269억 원을 사들였습니다. 그러나 은퇴를 선언한 지난 5월 이후부터는 분위기가 반전됐습니다. 개인들은 이날까지 총 32억 원 규모의 순매도세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자금 유출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죠.

이제 ‘버핏 없는 버크셔’의 시대가 열립니다. 그의 투자 철학은 여전히 교과서에 남겠지만, 시장은 인간 워런 버핏이 가진 직관과 통찰, 그리고 신뢰의 무게를 후계자가 대체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의 원칙을 계승한 후계자 그레그의 투자 방식들이 얼마나 버핏의 감각을 재현할 수 있을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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